기록하지 않는 사람

기록한다는 건 내게 어려운 일이었다. 유난스럽다고 생각했고, 귀찮기도 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공부를 위해서다. 사람의 뇌는 입력보다 출력할 때 그것을 중요한 정보로 인지한다고 했으니까.

다른 하나는 나를 위한 연습이다. 취향은 확실하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신도 있지만 독립적인 성격의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고민을 나누는 일이 도통 없다.

나를 열어놓는 상황 자체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나를 표현하는 게 서투르다는 걸 왕왕 느낀다. 확신과 표현은 다른 근육이다.

그런 의미의 연습장이다.

생각을 글로 꺼내는 행위만으로도 사람의 인지와 정서가 정리된다고 했다. 머릿속에 두면 뭉쳐 있던 것이, 밖으로 나오면 윤곽이 생긴다.

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찰나의 생각들을 그냥 놓치기 아쉬웠다.

죽은 시인의 사회

낭만이 죽은 시대라고 한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 술잔을 기울이고 웃고 떠든다. 그런데 인의나 자유, 삶의 밀도 같은 것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이 불편해질 수 있다.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데도 연습이 필요한 세상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은 말한다. 의학, 법, 경영 같은 것들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아름다움과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나는 효율과 실리 바깥의 것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나는 여기가 나의 죽은 시인의 사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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