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xx 의 기록

26.03.xx 의 기록 count(title)%, 정월 대보름 보름나물 scaled

2026. 03. 03 화요일

엊그제부터 시장 반찬가게엔 갖가지 나물과 오곡밥이 올라왔다.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다.

달력보다 먼저 도착한 시장의 계절감.

대보름은 한 해의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날이라고 한다.

내게 중요한 풍요란 거창한 성취보다 마음의 빈틈을 메우는 여유 같은 것들.

뾰족한 생각들이 둥근 보름달의 곡선을 닮아가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성이 다른 세 집 이상의 밥을 나누면 복이 오고,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막아준다는 다정한 미신들.

채식 위주의 밥상, 특히 나물과는 영 친하지 않은 나지만 오늘만큼은 그 쌉싸름한 맛이 궁금해진다. 입안에 가득 고이는 흙 향과 풀의 정직한 질감.

26.03.xx 의 기록 count(title)%, 보름나물과 오곡밥 scaled

시장에서 산 나물과 오곡밥을 가지런히 담았다.

대보름 아침에 찬 술을 마시면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귀여운 속설.

비록 아침은 지났고 전통 청주 대신 정종을 올렸지만 아무렴 어떨까?

잔을 채우는 투명한 기대감만으로 충분하다.

들기름을 두른 나물과 찰진 밥을 크게 한술 떴다.

기대 이상의 맛. 단순히 담백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간이다.

평소라면 멀게만 느껴졌을 메뉴가 오늘따라 마음의 빈틈에 꼭 맞게 들어앉는다.

오늘 같은 날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소소한 즐거움이 만족스럽다.


26.03.xx 의 기록 count(title)%, 봉이돈까스 정면 scaled

2026. 03. 11 수요일

봉천동 봉이돈까스에서 간단한 식사.

돈까스도 좋지만 이 가게엔 더 특별한 게 있다.

항상 ‘안녕하십니까’로 인사를 건네시는 사장님, 친절을 넘어선 깍듯함으로 모두를 대해주시는데 오랜 시간 변함없는 인사가 그렇게 반갑다.

여러번 이 집을 방문했지만 한번도 달라지신 적이 없다. 반복된 일상과 일 속에서 그런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시는 게 대단하다.

단순히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니라,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 그게 사장님의 일과 삶에 대한 애정처럼 보였다.

돈까스보다 더 좋은 걸 느끼고 간다.

26.03.xx 의 기록 count(title)%, 봉이 모듬까스 scaled

(모듬까스 먹었는데 이것도 맛있지만 난 치즈돈까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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