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피자, 자동차 공장에서 태어난 사각형 피자

사각형 철판 안에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반죽, 그 위를 감싸며 짙은 갈색으로 눌어붙은 치즈 테두리. 디트로이트 피자를 설명하는 모습이다.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마치 포카치아처럼 부드럽고 공기가 가득 찬 식감이 느껴진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 향이 훨씬 진해진다.

붉은 소스는 치즈 위에 줄무늬처럼 얹혀 있어서, 씹을 때마다 새콤달콤한 산미가 치즈의 고소함을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폭발적인 감칠맛과 폭신함이다.

한 조각(약 130g) 기준 약 335kcal

탄수화물 32g · 단백질 16g · 지방 17g

자동차 도시에서 태어난 피자

디트로이트 피자, 자동차 공장에서 태어난 사각형 피자 count(title)%, image

이 피자의 시작은 1946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술집 ‘버디스 랑데부(Buddy’s Rendezvous)’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이었던 거스 게라(Gus Guerra)는 메뉴에 새로운 음식을 추가하고 싶어했고, 아내 안나의 시칠리아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두꺼운 포카치아 형태의 피자 ‘스핀치오네(sfincione)’ 레시피를 참고했다.

여기에 오랜 직원 코니 피치나토(Connie Piccinato)가 조리법을 다듬으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완성됐다고 전해진다.

디트로이트 피자, 자동차 공장에서 태어난 사각형 피자 count(title)%, 디트로이트 스타일 피자 scaled

독특한 건 이 피자를 구워낸 팬이다. 근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쓰던 사각형 철제 트레이를 가져다 썼다고 하는데, 원래는 자동차 부품이나 오일이 흐르는 것을 받아내던 용도였다고 한다.

두꺼운 철판은 마치 무쇠팬처럼 열을 오래 머금었고, 여기서 구워낸 반죽은 예상 밖으로 바삭하고 가벼운 크러스트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미국 최초의 사각형 피자로 알려져 있다.

디트로이트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그냥 ‘스퀘어(square)’라고만 불렸을 뿐, ‘디트로이트 스타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한참 뒤인 1980년대 무렵이었다고 한다. 2010년대 들어서야 미국 전역, 나아가 다른 나라로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피자의 특징

두껍지만 무겁지 않은 크러스트

디트로이트 피자, 자동차 공장에서 태어난 사각형 피자 count(title)%, 디트로이트 피자 단면 scaled

디트로이트 피자를 처음 먹어본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지점은 두께에 비해 전혀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시카고식 딥디시처럼 속이 꽉 찬 느낌도 아니고, 뉴욕식 얇은 도우처럼 납작하지도 않다.

비결은 반죽에 들어가는 물의 양이다. 일반적인 빵 반죽은 밀가루 대비 물이 65% 정도지만, 이 피자의 반죽은 70%를 훌쩍 넘긴다. 물이 많을수록 반죽 속 기포가 더 크고 불규칙하게 자리 잡아서, 구웠을 때 마치 포카치아처럼 숭숭 뚫린 단면이 나온다.

여기에 반죽을 한 번 부풀린 뒤 다시 팬 모서리까지 손으로 늘려 펴고 한 번 더 부풀리는 이중 발효 과정을 거친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속은 더 가볍고 폭신해진다.

바닥이 바삭해지는 원리는 팬 자체에 있다. 두꺼운 철판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얹으면, 팬과 맞닿은 면이 마치 기름에 지지듯 구워지면서 노릇하고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오븐 안이라도 팬 바닥과 직접 닿는 부분은 사실상 튀기듯 구워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겉은 기름에 지진 것처럼 바삭하고, 속은 물을 많이 머금은 반죽 특유의 가볍고 촉촉한 식감이 공존한다.


프리코 – 가장자리를 감싸는 치즈 크라운의 바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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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피자의 상징이라고 하면 단연 가장자리를 두른 짙은 갈색 치즈 테두리다. 씹으면 바삭하게 부서지는 이 부분을 치즈 크라운이라고도 부르는데, 치즈를 얇게 펴서 바삭하게 지지는 조리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효과를 내려면 치즈를 반죽 가장자리, 그러니까 팬 벽면에 닿을 때까지 꽉 채워 얹어야 한다. 일반적인 피자처럼 가운데만 채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셈이다.

오븐 안에서 열을 받으면 치즈 속 지방이 먼저 녹아 나오고, 온도가 더 오르면 치즈를 붙잡고 있던 단백질 구조가 풀리면서 지방이 겉으로 더 많이 빠져나온다. 이 녹은 지방이 뜨거운 철판 벽에 눌리면서 마치 기름에 지지듯 눌어붙고, 그대로 캐러멜색으로 타들어가며 바삭한 막을 만든다.

전통적으로는 위스콘신 지역의 브릭치즈를 쓴다. 1877년 위스콘신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로, 숙성이 짧으면 순하고 고소하지만 오래 숙성할수록 향이 강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 함량이 높아서 녹았을 때 잘 흘러나오고, 그만큼 가장자리에서 더 잘 눌어붙는다.

다만 브릭치즈는 미국 중서부를 벗어나면 구하기 쉽지 않은 편이라, 다른 지역에서는 모차렐라와 체다를 섞어 비슷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어떤 치즈를 쓰든 핵심은 하나다. 가장자리까지 채워서 지방이 흘러나올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

디트로이트 피자는 왜 소스가 치즈 위에 올라갈까?

디트로이트 피자, 자동차 공장에서 태어난 사각형 피자 count(title)%, 디트로이트 핏자 scaled

보통 피자는 반죽 위에 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치즈, 마지막으로 토핑을 얹는 순서로 만든다. 디트로이트 피자는 이 순서를 완전히 뒤집는다.

반죽 위에 치즈를 가장자리까지 먼저 채우고, 그 위에 토핑을 올린 다음, 맨 마지막에 소스를 줄무늬 형태로 두세 줄 얹는다. 현지에서는 이 붉은 줄무늬를 ‘레이싱 스트라이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스가 반죽에 직접 닿으면 수분 때문에 크러스트가 눅눅해지기 쉬운데, 치즈가 먼저 반죽을 덮어주면 이 수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앞서 이야기한 폭신하면서도 바삭한 크러스트가 끝까지 유지된다.

또 치즈가 토핑과 함께 겉으로 그대로 드러나 있어야 앞서 설명한 가장자리 캐러멜라이즈가 방해받지 않는다. 소스로 덮여 있었다면 수분 때문에 바삭하게 눌어붙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스 자체도 오래 졸여 되직하게 만든 것을 쓰는 경우가 많다. 수분이 적어야 위에 얹어도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고, 짧은 시간에도 진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디트로이트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

모터시티 바이매니멀(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2016년 한국에 디트로이트 피자를 처음 알린 곳으로 꼽힌다. 현재 이태원·역삼·잠실 세 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이 스타일을 국내에 뿌리내리게 한 원조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첫 번째로 소개한다.

디트로이트 피지스(서울 마포구 연남동)는 이중 발효한 포카치아 반죽을 쓰는 개인 매장으로, 크러스트가 빵에 가까울 만큼 폭신하면서도 가장자리는 바삭하다는 평이 많다. 경의선숲길 방향에 있어 산책 후 들르기도 좋다.

도우대디(서울 중구 신당동)는 미국에서 직접 기술을 배워온 오너가 연 개인 매장이다. 저온 숙성시킨 반죽이 만드는 바삭한 크러스트와 아낌없이 올린 치즈 엣지로 호평받으며, 동네 골목 안쪽에 자리해 있어 조용히 즐기기 좋다.

디트로이트 피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각 철판에 고수분 반죽을 채워 굽고, 가장자리까지 치즈를 밀어붙여 캐러멜라이즈된 크라운을 만든 뒤, 마지막으로 소스를 맨 위에 얹어 마무리한 피자. 이 세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춰졌을 때에만 비로소 ‘디트로이트 스타일’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자동차 공장의 부품 트레이에서 시작된 우연이, 지금은 이렇게 뚜렷한 기준을 가진 하나의 피자 스타일로 자리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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