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고양시에는 ‘양조장 사거리’라는 지명이 있다. 이 사거리의 고양탁주협동제조장이 고양 술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100년 전 이곳에 술도가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도가를 마을 이름으로 불렀다.

한강 하류의 넓은 들녘을 낀 이 고장은 오래전부터 쌀이 좋기로 이름났다. 술도가가 여럿 설 만한 조건이었다.

지금 고양에서 술을 빚는 곳이 여럿 있다. 100년을 이어온 막걸리 집안부터 매달 새 맥주를 내는 양조사 집단까지 결이 제각각이다.

목차

고양의 술 이야기

고양의 술을 이해하려면 두 개의 이름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는 배다리, 다른 하나는 가와지다. 앞의 것은 100년 된 술도가의 이름이고, 뒤의 것은 5000년 된 볍씨의 이름이다.

배다리

1915년 덕양구 주교동에 양조장 하나가 문을 열었다. 잡화상 인근상회를 차리고 그 안에서 술을 빚어 판 것이 시작이었다한다.

창업자가 궁중 상궁에게 어주 빚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집안에 전해진다. 고증된 기록은 아니지만 이 도가의 자부심이 어디서 왔는지는 짐작하게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지금의 원당동 일대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오갈 때마다 배를 타야 했으니 동네 이름이 자연스럽게 ‘배다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 동네의 술도가를 배다리도가라 불렀다.

지명이 술 이름이 되었다가, 술이 떠난 뒤에도 이름만 지명으로 남은 셈이다. 성사동에는 아직 ‘윗배다리마을’이라는 옛 촌락 이름이 남아 있다.

가와지 볍씨 — 5000년 전 볍씨에서 온 쌀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가와지 볍씨 scaled

1991년 일산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대화동 일대에서 볍씨가 무더기로 나왔다. 그 자리에 있던 마을 이름이 가와지였다.

연대 측정 결과 한반도에서 확인된 가장 오래된 재배볍씨로 판명됐다. 약 5000년 전 이 들녘에서 이미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고양시는 이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자체 브랜드 쌀을 만들었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함께 품종을 다듬어 2019년부터 본격 재배에 들어갔다.

가와지쌀은 멥쌀과 찹쌀 사이의 중간 찰기를 갖는다. 찹쌀 특유의 끈적한 단맛 대신 산뜻하게 떨어지는 단맛을 낸다.

이 쌀이 나는 송포들녘은 고양에 남은 마지막 곡창지대다. 지금 고양의 프리미엄 막걸리는 거의 다 이 쌀에서 출발한다.


고양탁주합동제조장

1975년, 고양 관내 다섯 곳의 양조장이 하나로 묶였다. 관리 편의를 위해 지역 술도가를 통폐합하던 시기의 산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덕양구 성사동의 고양탁주합동제조장이다. 배다리 집안이 1915년부터 이어온 면허가 이 안에 들어가 살아남았다.

여기서 배다리막걸리와 통일막걸리가 나온다. 두 이름 모두 고양에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술이다.

배다리막걸리에는 잘 알려진 일화가 하나 붙어 있다. 인근 골프장을 자주 찾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 술을 즐겼고, 그 인연으로 14년간 청와대에 납품됐다.

덕분에 쌀 사용이 금지되던 시절에도 이 막걸리만은 쌀로 빚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배다리막걸리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배다리 막걸리 scaled
원재료 및 함량
정제수, 쌀, 팽화미, 소맥분, 종국, 효모, 정제효소, 아스파탐
주정 무첨가

도수 7도. 일반적인 시판 막걸리보다 조금 높은 편이다.

쌀 함량이 높아 걸쭉해지는 만큼, 도수를 조금 올려 무게를 덜어내는 방식이라고 한다.

가볍고 산뜻하게 시작해 뒤로 갈수록 쌀의 단맛이 차오른다. 기름진 안주를 받아내는 힘이 있는 술이다.

고양 시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배다리도가

2022년 4월, 같은 집안이 양조장 면허를 하나 더 냈다. 이름은 옛 도가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배다리도가로 했다.

기존 면허를 두고 굳이 새 면허를 낸 이유는 분명하다. 가와지쌀로 빚는 무감미료 술을 따로 하기 위해서였다.

대중형은 옛 면허로, 크래프트는 새 면허로. 한 집안이 두 개의 문을 나눠 연 셈이다.

5대와 6대 삼부자가 함께 움직였다. 주조장은 일산서구 가좌로에 있고, 본사와 물류는 덕양구 행신동에 있다.

가와지탁주 외에 집안에 전해오던 가양주를 되살린 약주 주교주, 2025년에 낸 고양막걸리 7과 10이 함께 나온다.

가와지탁주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가와지 탁주 scaled
원재료 및 함량
정제수, 가와지쌀(고양산), 입국, 효모
무감미료 주정 무첨가 국내산 쌀

2022년 4월 7일에 나온 술이다. 처음에는 7.5도와 9.5도였다가 지금은 8도와 10도 두 가지로 정리됐다.

세 번에 나눠 빚는 삼양주다. 쌀을 한꺼번에 넣지 않고 단계를 나누면 맛의 층이 두꺼워진다.

묵직한 질감 사이로 바나나와 배, 포도껍질 같은 향이 스친다. 새콤한 사과맛과 바닐라 뉘앙스가 겹치는 지점이 이 술의 인상이다.

감미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단맛이 또렷하다. 가와지쌀의 중간 찰기가 만들어내는 단맛이라 끈적하게 남지 않고 산뜻하게 떨어진다.

고양 지역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살 수 있다. 지역 쌀로 빚은 술을 지역 매장에서 산다는 순환이 이 술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행주산성주가

덕양구 행신동, 20평 남짓한 공간이다. 냉장숙성방과 분석실이 동선에 맞춰 촘촘히 들어차 있어 실험실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이광희 대표가 2020년에 문을 열었다. 고양시 최초의 프리미엄 지역특산주가 여기서 나왔다.

지역특산주는 양조장이 있는 시군구와 인접 지역의 농산물로 빚고 광역단체장 추천을 받아야 면허가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것도 이 자격 덕분이다.

술 이름은 고양시 마스코트 고양고양이에서 왔다. 패키지 디자인은 대표의 딸이 그렸다.

5도의 냥이탁주 fresh, 9도의 냥이탁주9, 그리고 쌀과 누룩과 물로만 세 번 빚은 10.5도 냥이탁주 화이트가 나온다.

냥이탁주9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행주산성주가 막걸리 냥이탁주9 scaled
원재료 및 함량
정제수, 가와지쌀(고양산), 누룩, 벌꿀, 찰보리, 찰수수, 송순, 오미자
무감미료 주정 무첨가 국내산 쌀

가와지쌀에 다섯 가지 부재료가 들어간다. 인공감미료 없이 국산 재료만으로 맛을 낸다는 것이 이 양조장의 원칙이다.

완전히 발효시킨 뒤 숙성해 탄산이 없다. 부드럽게 넘어가지만 바디는 묵직하게 남는다.

오미자에서 오는 산미가 또렷하다. 시원한 오미자차를 떠올리게 하는 새콤함이 벌꿀의 단맛과 맞물린다.

양념한 고기나 기름진 음식과 붙여 마시기 좋다. 해물파전, 양념치킨, 간장불고기 같은 것들과 잘 맞는다.

더 담백한 쪽을 원한다면 냥이탁주 화이트를 고르면 된다. 부재료 없이 가와지쌀과 누룩, 물로만 빚은 순곡주다.

마깨주

2021년 12월에 출발한 회사다. 처음에는 300여 종의 전통주를 다루는 온라인 유통이 본업이었다.

남의 술을 팔던 곳이 자기 술을 빚기로 한다. 2023년 9월 탁주 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제조로 발을 옮겼다.

덕양구에 자리 잡은 이 양조장에서 마깨주 탁주와 찹쌀 막걸리, 미미옥 막걸리가 나온다. 감미료를 넣지 않은 순곡주 솜솜막걸리도 이곳 제품이다.

유통을 오래 한 곳이라 무엇이 팔리고 무엇이 남는지를 안다. 그 감각이 술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지켜볼 대목이다.

마깨주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마깨주 막걸리 마깨주 scaled

양조장 이름을 그대로 단 술이다. 회사가 가장 앞에 세우는 얼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집에서 나오는 솜솜막걸리는 성격이 뚜렷하다. 고양 가와지쌀에 물과 전통누룩만 써서 세 번 빚은 8도짜리 순곡주다.

요거트와 청포도를 오가는 향에 산뜻한 산미가 붙는다. 섞지 않고 윗술만 따라 마시면 모스카토를 닮은 인상이 난다.


끽비어컴퍼니

‘끽’에는 세 가지가 겹쳐 있다. 마실 끽, 의성어 끽, 그리고 괴짜를 뜻하는 영어 geek이다. 공동설립자 여섯 명이 전부 헤드 브루어 출신이다. 양조장에서 동료로 만나 회사를 차렸다.

2018년 을지로 대림상가에 펍을 먼저 열고, 남의 설비를 빌려 술을 빚는 집시 브루잉으로 시작했다.

2020년 덕양구 관산동에 자기 양조장을 세웠다. 파주와 김포를 놓고 저울질하다 을지로 매장과의 동선을 따져 고양을 골랐다.

펍은 서울에 있지만 술이 태어나는 곳은 고양이다. 을지로 매장은 새로 나온 맥주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쇼룸 역할을 한다.

2021년 3월부터 월간 끽비어를 이어오고 있다. 매달 새 레시피의 맥주를 하나씩 내놓는 방식으로 이어 오고 있다.

스밈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끽비어 맥주 스밈 scaled
원재료 및 함량
정제수, 맥아(호밀·캐러멜 몰트 포함), 홉, 효모 — 라벨 원재료 확인 중
주정 무첨가

이름 그대로다. 대중에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에일 특유의 쌉쌀함이나 강한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든 술이다.

호밀과 캐러멜 몰트가 만드는 부드러운 바탕 위로 레몬과 자몽의 시트러스가 올라온다. 은은한 꽃향이 뒤를 받친다.

2023년 국제 맥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같은 해 이 양조장은 출품한 제품 전부가 수상하는 성적을 냈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일산서구 법곳동, 자유로 옆이다.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자리에 넓은 양조장 부지가 펼쳐진다.

2015년 문을 열었고 이듬해 일산 탭룸을 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탈들을 각 맥주의 얼굴로 삼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깊고 홉이 충분한 라거는 양반탈을 쓴 젠틀맨 라거가 되고, 속이 보이지 않는 흑맥주는 할미탈의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가 된다.

필스너부터 사워, 세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고창 복분자를 넣은 루비 세종처럼 지역 농산물을 끌어오는 시도도 꾸준하다.

탭하우스는 2023년 일산 원마운트로 옮겨 일산타코양조장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맥주를 빚는 곳은 여전히 법곳동이다.

홉스플래쉬 IPA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수제 맥주 홉 스플래쉬 scaled
원재료 및 함량
정제수, 맥아, 밀, 홉, 효모, 귀리맥아, 이산화탄소, 황산아연(효모영양제), 염화칼슘, 인산(산도조절제), 산소 / 6.7% / IBU 35
무감미료 주정 무첨가

원래는 한 배치만 만들고 사라질 술이었다. 홉 수입 규제가 풀린 것을 기념해 홉을 쏟아부어 만든 한정판이었다.

홉을 워낙 많이 넣어 팔수록 손해였다고 한다. 그런데 반응이 뜨거워 ‘솔드아웃’과 ‘한 배치만 더’가 반복됐다.

결국 정규 라인업에 올랐다. 국내에서 뉴잉글랜드 스타일 IPA를 찾아보기 어렵던 시절에 나온 1세대 국산 뉴잉이다.

모자이크 크라이오, 갤럭시, 치누크, 시트라, 시미코를 더블 드라이 호핑한다. 뿌옇게 흐린 잔에서 열대과일 향이 밀려 나온다.

쓴맛은 눌러두고 향과 과즙감을 앞세웠다. 귀리를 넣어 질감이 부드럽게 감긴다.

2018년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 뉴잉글랜드 IPA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브루하우스 더 테이블

시작은 종로의 펍이었다. 맥주로 정평이 난 가게였고, 그 시절부터 이어온 시간과 관록이 이 양조장의 자산이다.

‘더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테이블 아래에 숙성조를 두고 손님이 바로 신선한 맥주를 마시게 했던 데서 왔다고 한다.

일산에서 맥주 사업을 하자고 제안한 어머니, 양조 설비를 손보는 형, 브루어리를 맡은 동생. 온 가족이 함께 굴리는 곳이다.

2012년 일산동구 풍동에 양조장을 차렸다. 국내에 몇 대 없다는 독일 카스파리 설비를 들였다. 여기서 나오는 맥주가 열 댓종에 이른다.

라거 쪽에는 파인 필스너와 보신각 둔켈이, 에일 쪽에는 백야와 해피 바이젠, 유자 에일이 있다.

여기에 국산 천일염을 넣은 오 마이 고제, 브라운 에일 마초킹, 임페리얼 스타우트까지 붙는다. 유행을 좇기보다 스타일의 정석을 하나씩 채워온 라인업이다.

가장 처음 만든 맥주는 허니 브라운 에일이었다. 국산 꿀을 넣어 은은한 꿀향을 낸 이 술은 지금도 팔린다.

최근에는 저먼 필스너 계열의 서울 1988 라인을 내놓고 독일 수출까지 뚫었다. 30년 넘게 쌓인 관록이 뒤늦게 밖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마실고양

경기 고양, 전통주와 지역 술 양조장 총 정리 count(title)%, 고양 더 테이블 맥주 마실고양 scaled

양조장이 지역 브랜드로 밀고 있는 마실고양이다.

고양 페일 에일에서 출발해 지금은 이 이름을 앞세운 지역 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 맥주 대회 수상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도수를 낮게 잡고 쓴맛을 눌러 잔이 잘 비워지는 쪽으로 만들었다. 홉 향은 또렷하되 앞서지 않고 몰트의 단정한 단맛이 균형을 잡는다.

풍동 양조장은 시설을 넓히면서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현장 판매는 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와 마포의 직영 매장에서 마실 수 있다.

덕양구 행주내동의 대형 주류매장에서는 캔과 병으로 살 수 있다.

비슷한 게시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