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은 삼면이 바다로 열린 반도다. 남해의 따뜻한 해풍이 육지 깊숙이 들어오고, 겨울에도 혹한이 드물어 감귤류가 자라기에 좋은 땅이다. 그 가운데 유자는 고흥을 말할 때 가장 먼저 꺼내는 이름이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이 고장에서 나온다.
유자는 향이 강하고 산미가 뚜렷해 과육을 날것으로 먹기보다 가공하는 쪽이 자연스럽다. 유자차, 유자청이 오랫동안 대표 가공품이었다면, 최근에는 술로 빚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쌀도 빠질 수 없다. 조선시대 흥양현의 세곡을 보관하던 창고 이름에서 유래한 해창만은 1960년대 간척사업으로 드넓은 농경지가 됐다. 이곳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쌀은 ‘해미’, ‘수미’라는 고흥 고유 브랜드로 판매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는다.
유자와 간척지 쌀. 이 두 재료를 중심으로 고흥의 전통주 생태계가 천천히 자라고 있다.

녹동양조장 (어떤하루)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 인근에 자리한 녹동양조장은 어떤하루라는 브랜드로 유자를 주재료로 한 발효 제품을 만든다.
제품에 들어가는 유자는 양조장에서 직접 관리하는 유자밭에서 수확한다. 원재료 선택의 범위를 최대한 좁혀 통제하겠다는 태도다.
쌀은 친환경 고흥쌀을 쓴다. 발효주 라인 전체가 주정을 사용하지 않으며, 제품에 따라 감미료 사용 여부가 다르므로 아래 원재료 박스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2021년에는 수출용 프리미엄 패키지 디자인으로 K-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Winner)를 수상하며 디자인 완성도도 인정받았다.
고흥 유자주 08 / 12

주정 무첨가
8%와 12%, 두 가지 도수로 나오는 고흥 유자주는 녹동양조장의 대표 제품이다. 한 병에 유자 두 개 분량이 들어간다.
발효 중에 한 번, 숙성 중에 또 한 번 유자를 넣는 방식으로 향과 맛의 밀도를 높였다. 합성착향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8%는 유자의 새콤달콤함이 주도하고 알코올 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가볍게 마시기 좋다. 12%는 첫 모금의 청량한 유자 향에 이어 곡물 발효에서 오는 은은한 무게감이 뒤따른다. 이애련 대표는 차갑게, 얼음과 함께 마시는 것을 권한다.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유자 자체의 당도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균형을 잡는다.
어떤유자 (6%)

저도주를 선호하는 흐름에 맞춰 개발한 신제품이다. 기존 유자주 라인보다 도수를 더 낮추고 유자 풍미는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효소처리스테비아가 들어가 기존 라인보다 단맛의 결이 다르다. 더 가볍고 산뜻하게 마시기를 원하는 쪽을 겨냥한 제품이다. 달콤한 리큐르 같은 풍미나 RTD 음료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쪽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풍양주조장

고흥군 풍양면에 자리한 풍양주조장은 같은 유자를 원료로 다른 성격의 두 제품을 만든다. 유자향주와 유자막걸리다.
유자향주는 한약재를 더한 약주 계열이고, 유자막걸리는 전통적인 탁주 형식이다. 두 제품은 원재료 구성이 크게 다르므로 아래 박스를 각각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자향주

유자향주는 유자를 중심에 두되 감초·계피·참당귀·영지버섯·황기를 더해 한방의 향취를 입힌 탁주다.
각각의 약재가 내는 향이 유자의 산미와 섞이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만든다. 계피의 따뜻한 향과 감초의 단내, 여기에 유자 특유의 상큼함이 층을 이루는 구성이다.
아스파탐이 들어가 단맛이 뒷받침된다. 차갑게 마셔도, 약간 온도를 올려 마셔도 각자 다른 향의 면이 부각되는 편이다. 주류법 상 분류로는 탁주로 나오지만 따라보면 아주 탁하지만은 않은 것이 약주같기도 하다.
고흥풍양유자막걸리

국내산 쌀 100%
쌀(국내산 100%)과 고흥산 유자를 원재료로 명시한 탁주다.
유자향주보다 훨씬 단순한 구성으로, 유자의 과즙감과 탁주 특유의 걸쭉한 질감이 전면에 나선다. 아스파탐이 들어가 단맛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750ml 용량으로 나오며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