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라멘은 교토시를 중심으로 먹는 라멘과, 교토에서 출발한 라멘 가게들의 흐름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삿포로의 미소, 하카타의 돈코쓰처럼 한 가지 정형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 항목 | 내용 |
|---|---|
| 지역 | 교토부 교토시. 교토역 동쪽 다카바시, 사쿄구 기타시라카와·이치조지 일대가 중심 |
| 성립 배경 | 1938년 교토역 앞 포장마차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학생이 많은 도시에서 값싼 한 끼로 자리 잡았다 |
| 현지에서의 위치 | 교토 요리의 옅은 맛 이미지와 달리 진한 국물이 주류이고, 옅은 맛 라멘은 소수파 |
| 대표 유형 | 고이쿠치 쇼유계(진한 간장계), 세아부라 쇼유계(등지방 간장계), 도리파이탄계(닭 백탕계) |
다카바시의 고이쿠치 쇼유계는 간장 향이 선명한 국물 위를 차슈와 파가 덮는다. 국물 색에 비해 짠맛이 앞서지 않고, 뼈 육수에서 우러난 단맛이 뒤에 남는다.
세아부라 쇼유계는 간장 국물에 흰 등지방 알갱이가 떠 있어 한 모금마다 고소한 단맛이 섞인다. 도리파이탄계는 포타주처럼 걸쭉한 국물이 면에 두껍게 달라붙는다.
어느 계열이든 구조네기를 수북하게 올리는 가게가 많다. 구조네기는 초록 잎까지 먹는 교토의 전통 잎파로, 잎이 부드럽고 속에 든 미끈한 진액 덕에 단맛과 향이 진하다.
교토 라멘의 대표 계보는 다카바시의 고이쿠치 쇼유계(진한 간장계), 세아부라 쇼유계(등지방 간장계), 도리 콧테리 파이탄계(닭 백탕계)의 3계통으로 나뉘고, 2010년대 이후에는 친탄계(맑은 국물계) 가게들이 새 흐름을 만들고 있다.
교토 라멘의 시작, 다카바시 포장마차

교토 라멘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곳은 교토역 동쪽의 신푸쿠사이칸(新福菜館)이다. 저장성 출신의 쉬융티(徐永俤)는 1924년 일본에 건너와 안경과 옷감 행상을 하다가, 1938년 무렵 아내와 함께 교토역 앞에 포장마차를 차렸다.
1993년 교토신문 취재에서 당시 점주는 종전 무렵 이미 선대가 지금 자리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가게를 상징하는 검은 국물은 창업 때의 모습은 아니다. 1971년 무렵까지는 국물에 니보시(말린 멸치)를 썼고 색도 지금보다 옅었다고 한다. 창업자의 사위가 가게를 이으면서 니보시를 빼고 닭과 돼지의 비중을 늘렸고, 이 맛이 지금의 기준이 됐다.
바로 옆에는 혼케 다이이치아사히(本家第一旭)가 붙어 있다. 다이이치아사히 창업자가 쉬융티에게 땅을 빌려준 사이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두 가게가 선 일대는 JR 다카쿠라 과선교(高倉跨線橋)의 통칭을 따 다카바시라 불린다.
교토 라멘 종류, 3대 계통
교토 라멘을 나누는 기준은 소개하는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고이쿠치 쇼유계(濃口醤油系, 진한 간장계), 세아부라 쇼유계(背脂醤油系, 등지방 간장계), 도리파이탄계(鶏白湯系, 닭 백탕계)의 3분류가 가장 널리 쓰인다.
고이쿠치 쇼유계(진한 간장계)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계통이다. 신푸쿠사이칸과 혼케 다이이치아사히가 대표로 함께 묶이는데, 한 그릇씩 놓고 보면 두 가게의 국물은 색부터 다르다.
신푸쿠사이칸은 닭 뼈를 주체로 돼지의 감칠맛을 더한 국물에, 창업 때부터 교토의 고코 간장(五光醤油)에서 받는 숙성 진간장을 타레로 쓴다.
간장은 열을 받을수록 색이 짙어지고 캐러멜과 코코아를 닮은 향이 깊어진다. 진간장을 넉넉히 쓴 이 가게의 국물은 먹물처럼 검고, 구수한 간장 향이 앞에 선다.
색만 보면 짤 것 같지만, 보기엔 진한데 먹으면 산뜻하다는 교토 라멘의 한 경향을 이 가게가 만들었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혼케 다이이치아사히는 호박색의 맑은 국물이다. 공식 사이트는 국산 돼지뼈만 끓여, 국물이 뿌옇게 흐려지기 직전 감칠맛만 우러난 순간을 뽑는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교토 후시미의 노포에서 빚은 생간장을 맞춘다.
뼈 육수는 약한 불에서 뭉근히 두면 맑게 남고, 세게 끓이면 지방과 단백질 입자가 국물에 섞여 탁해진다. 돼지뼈를 쓰면서도 맑은 청탕이 나오는 건 이 불 조절 덕분이다.
국물 재료를 두고도 설명이 다르다. 일본어 위키백과와 교토 지역 정보 사이트는 이 국물에 양파를 더한다고 적는데, 가게가 공식적으로 밝힌 쪽은 돼지뼈 100%다.
검은 간장 국물 라멘으로는 도야마현의 도야마 블랙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전후 복구 공사에 나선 노동자의 염분 보충용으로 간장을 진하게 탄 데서 출발한 도야마 블랙은 후추를 넉넉히 쳐서 밥과 함께 먹는 짠 국물이 특징이다.
짠맛을 앞세운 도야마 블랙과 달리 교토의 고이쿠치 쇼유계는 보기보다 짠맛이 순하다는 평이다.
세아부라 쇼유계(등지방 간장계)

닭 뼈를 바탕으로 한 간장 국물 위에 돼지 등지방을 흩뿌린 계통이다. 출발점은 긴카쿠지(銀閣寺) 인근 기타시라카와의 마스타니로 1948년에 문을 열었다. 아사히신문 기사는 이 가게를 등지방 라멘의 원류로 소개한다.
등지방은 피부 바로 아래에 붙은 지방이라 몸속 깊은 곳의 지방보다 무르고, 뜨거운 국물에 닿으면 금방 녹아 퍼진다. 교토 라멘을 내건 체인들이 흔히 따르는 형태도 이 세아부라 쇼유계다.
등지방을 흩뿌리는 라멘은 일본에서 흔히 세아부라 찻차계로 불리고, 교토의 세아부라 쇼유계도 이 이름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찻차는 체에 받친 등지방을 그릇 위에서 흔들어 뿌리는 동작에서 온 말이다.
같은 찻차계로 불려도 도쿄는 국물 바탕이 돼지뼈다. 도쿄 세아부라 찻차계의 원조로 불리는 센다가야의 호프켄은 1962년 무렵 등지방을 넣은 돼지뼈 간장 국물을 완성했고, 닭 뼈 간장 국물을 쓰는 교토 계열과 대비된다.
니가타현 쓰바메시의 등지방 라멘은 찻차계보다 지역명을 붙인 쓰바메산조계나 쓰바메 세아부라 라멘으로 따로 불린다. 원조로 꼽히는 고슈한텐(杭州飯店) 계열은 니보시 육수의 진한 간장 국물에 극태면을 쓰고 다진 양파를 올린다.
토리 콧테리 파이탄계(닭 백탕계)

닭 뼈 등을 뽀얗게 흐려질 때까지 오래 끓인 걸쭉한 국물이 특징이다. 가장 이름난 가게는 1971년 기타시라카와의 포장마차에서 시작한 덴카잇핀(天下一品)이다.
창업자 기무라 쓰토무는 약 4년의 시행착오 끝에 닭 뼈와 여러 채소로 만든 콧테리(こってり) 국물을 완성했고, 1975년 8월 첫 점포를 냈다. 제법은 회사 안에서도 몇 사람만 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뼈와 껍질의 콜라겐은 오래 끓이면 젤라틴으로 풀려 국물에 몸체를 주고, 센 불로 계속 끓이면 지방이 잘게 쪼개져 국물에 섞인다. 백탕이 우유처럼 뿌옇고 걸쭉한 이유다. 덴카잇핀은 여기에 채소가 녹아든 질감이 더해져 젓가락이 설 정도라는 말이 붙는다.
이 계통의 원조를 덴카잇핀 한 곳으로 볼지는 의견이 갈린다. 같은 1971년, 슈가쿠인에서 반라이켄이라는 포장마차로 출발해 이치조지로 옮기며 이름을 바꾼 텐텐유(天天有)도 닭으로 뽀얀 국물을 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닭 뼈를 뽀얗게 끓인 국물을 토리파이탄이라 부르는 방식이 퍼지면서, 두 가게의 라멘도 이 범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토리파이탄계는 비단 교토에서만 쓰이는 이름은 아니고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닭 백탕계를 총칭한다.
파이탄(白湯)은 중국 요리에서 온 말로, 토리파이탄이라는 같은 이름이 2005년 무렵부터 전국에 퍼진 닭 백탕 라멘에도 쓰인다.
도쿄의 토리파이탄 전문점의 대부분은 하카타 미즈타키 전골에서 착안했다고 답했다. 전국 유행을 이끈 토리파이탄 라멘은 돼지뼈 국물보다 잡내가 적고 뒷맛이 가볍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국물을 갈아 거품을 낸 아와계(泡系)로 불리는 가게(대표적으로 오레노라멘)도 있다. 짙은 농도를 앞세우는 교토의 콧테리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교토의 토리 콧테리 파이탄은 짙은 농도로 이 계통을 도로도로(どろどろ)계로 부르기도 하는데 도로도로는 걸쭉한 질감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다.
도로도로계는 국물 재료가 아니라 농도를 기준으로 한 이름이라, 같은 도로계로 불려도 재료는 제각각이라 토리파이탄계와 도로계를 동일시 할 순 없다. 돼지뼈와 물만으로 걸쭉한 국물을 내는 돼지뼈 도로계도 있으니까.
교후 라멘과 2010년대 이후의 흐름
교후 라멘(교토풍 라멘)
일본식 육수에 옅은 간장 맛을 낸 교후 라멘(京風라멘, 교토풍 라멘)은 1976년 교토 시조가와라마치 한큐 백화점에 문을 연 아카사타나에서 시작된 콘셉트형 라멘이다.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리게 꾸민 가게에서 가벼운 라멘과 단 디저트를 세트로 파는 방식이었다. 1979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해 도쿄 신주쿠 노무라 빌딩에 입점하면서 크게 유행했고, 라멘 시장에 여성 손님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됐다.
대형 외식 기업들도 교후 라멘 체인을 냈지만 모두 문을 닫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기후시의 아카사타나 점포도 2024년 7월 영업을 끝냈다.
교토 현지에서는 이를 교토 라멘으로 치지 않는 편이다. 교토 생활 안내서 『교토 룰』은 교토다운 이미지를 흉내 냈을 뿐이라고 평하고, 한 라멘 평론가는 뚜렷한 정의나 재료·제법의 개성을 내세우지 못한 점을 쇠퇴 이유로 든다.
친탄계(맑은 국물계)
『미슐랭 가이드 교토·오사카 2016』에서 교토의 라멘 가게가 처음으로 빕 구르망에 올랐고, 선정된 곳의 다수가 새로 문을 연 친탄계(清湯系) 가게였다. 대표 격인 멘야 이노이치(麺屋猪一)는 2013년 시조테라마치에 문을 열었다.
이노이치의 대표 메뉴 다시소바는 여러 생선포를 섞은 해산물 육수에 흰 간장이나 검은 간장을 맞춘다. 곁들이는 유자와 도로로콘부처럼 교토 요리에 쓰는 재료를 적극적으로 들였고, 2016년판부터 9년 연속 빕 구르망에 올랐다.
맑은 국물 라멘은 전국적으로 단레이계(淡麗系)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묶인다. 라멘박물관은 단레이계의 정의가 여러 갈래라고 전제하면서도, 재료의 감칠맛을 공들여 뽑은 맑은 친탄(청탕) 국물이라는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진다고 정리한다.
가나가와에서는 이에케이의 반대편에 선 스타일을 가리켜 가나가와 단레이계라는 이름이 따로 쓰였다. 교토의 친탄계도 같은 맑은 국물 흐름에 속하지만, 교토 요리 재료와 요리점 같은 가게 분위기를 들여 네오 교토 라멘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교토의 라멘 격전지 – 이치조지 라멘 가도(라멘 거리)
사쿄구 다카노 교차로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이치조지(一乗寺) 일대는 라멘 가도라 불리는 교토의 대표 라멘 밀집 지역이다. 교토 라멘 3계통 가운데서는 덴텐유 본점이 이곳에 있고, 덴카잇핀 총본점과 가이리키야 본점도 가깝다.
20곳이 넘는 가게가 모여 있지만 모두 교토 계통은 아니다. 돼지·닭 뼈를 20시간 넘게 끓인 뽀얀 국물의 다카야스, 초농후 도리파이탄의 멘야 곳케이 옆에 지로 계열, 이에케이 계열처럼 다른 지역 스타일이 섞여 있다.
주변에 하숙하는 대학생이 많아 이 거리가 커졌다는 설명이 흔하다. 교토 라멘의 계보를 따라가는 곳이라기보다 여러 계통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동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