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의 종류, 일본편 : 기누고시와 모멘고시, 고야도후, 아부라아게, 아쓰아게, 간모도끼, 야끼도후

일본의 두부 코너에 서면 한국의 두부 코너와는 또 다른 두부들이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기누고시, 모멘, 아부라아게, 고야두부까지, 같은 콩에서 시작했지만 결이 다른 두부가 한가득이다.

일본 두부의 개성은 한국과는 다른 축에서 나온다. 압착의 정도보다 응고 방식과 가공이 종류를 가르는 더 큰 기준이다.

일본 두부는 전통적으로 니가리(苦汁), 즉 강릉의 초당순두부처럼 바닷물에서 얻은 간수로 굳힌다. 같은 두부라도 황산칼슘으로 굳히면 부드럽고 맛이 옅어지고, 염화마그네슘으로 굳히면 단단하고 진한 콩맛이 난다. 일본 두부 특유의 깔끔하고 은은한 단맛은 이 간수 응고법과도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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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기누고시와 모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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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두부를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갈래는 모멘도후(木綿豆腐)와 기누고시도후(絹漉し豆腐)다. 이름 그대로 ‘무명(목면)으로 짠 두부’와 ‘비단으로 거른 두부’라는 뜻인데, 실제로 무명천과 비단을 쓴다는 말이 아니라 식감의 결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모멘은 무명, 기누는 비단을 뜻하는 일본어다. 두부의 질감을 옷감의 질감에 빗댄 이름인 셈인데, 실제로 만져보면 그 비유가 꽤 그럴싸하다.

모멘도후는 응고된 콩물을 틀에 넣고 천으로 감싼 뒤 눌러 수분을 빼서 만든다. 이때 두부를 감싸는 사라시(晒し)라는 거친 면포의 결이 두부 표면에 그대로 새겨지는데, 이 격자무늬가 모멘도후의 표식이다.

기누고시도후는 전혀 다른 길을 간다. 진한 콩물에 응고제를 섞어 작은 틀에 한 번에 부은 뒤, 누르거나 거르는 과정 없이 그 안에서 그대로 굳힌다. 압착이 없으니 표면은 비단처럼 매끈하고, 수분도 그대로 남아 한층 더 부드럽다.

그래서 기누고시는 진한 콩물과 보수력이 좋은 응고제가 필수다. 압착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만큼, 처음부터 잘 굳고 잘 버티는 재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 원리만 놓고 보면 기누고시는 한국의 연두부와, 모멘도후는 모두부와 닮았다. 압착 없이 틀에서 그대로 굳히는 기누고시는 연두부의 제조법과 같은 길을 걷고, 천으로 감싸 눌러 수분을 빼는 모멘도후는 모두부와 같은 방식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일본 두부가 한 톤 더 부드러운 편이라, 같은 이름이라도 한국 두부보다 살짝 더 무른 식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해외에서 흔히 ‘엑스트라 펌’으로 불리는 더 단단한 두부는, 일본에서는 모멘도후보다도 한 단계 더 단단해 중국식 두부에 더 가깝게 분류된다. 같은 ‘단단한 두부’라도 일본 안에서는 또 다른 결로 나뉘는 셈이다. 일본 마트에서 두부를 고를 때 포장에 적힌 모멘·기누고시 표기를 보면 식감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유부와 아쓰아게 — 기름에 튀긴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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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긴 두부도 일본에서는 두께에 따라 이름이 갈린다. 아부라아게(油揚げ)는 얇게 썬 두부를 튀긴 유부를 말하고 아쓰아게(厚揚げ)는 두부를 통째로 튀긴 것을 말한다.

둘 다 출발점은 같다. 압착해 수분을 충분히 뺀 단단한 두부를 기름에 튀기는데, 아부라아게는 그 두부를 얇게 슬라이스한 뒤 튀기고, 아쓰아게는 자르지 않고 통째로 튀긴다.

얇게 튀긴 아부라아게는 튀기는 동안 안쪽에 공기주머니가 생겨, 가운데가 비고 겉은 갈색으로 바삭하게 마무리된다. 반면 통째로 튀기는 아쓰아게는 겉은 노릇하게 튀겨지고 속은 새하얀 두부 그대로 남는다.

가운데가 비치는 아쓰아게 한 토막을 잘라보면 단면이 또렷하게 나뉜다. 갈색 테두리 안쪽은 여전히 순백의 생두부 색을 띠는데, 이 대비가 아쓰아게만의 특징이다.

둘 다 튀긴 직후엔 표면에 기름기가 남아 있어, 조리 전에 끓는 물에 살짝 데치거나 종이타월로 한 번 눌러 기름을 빼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손질해야 본래의 고소한 맛이 깔끔하게 드러난다.

간모도키 — 채소를 품은 두부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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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모도키(雁もどき)는 앞서 본 두 종류와 결이 또 다르다. 두부를 으깨 다진 채소와 검은깨를 섞어 둥글게 뭉친 뒤 튀긴 가공 두부다. 줄여서 간모라고도 부른다.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다. ‘간(雁)’은 기러기를 뜻하는데, 으깬 두부에 채소를 더한 맛이 기러기 고기 맛을 흉내 냈다(‘모도키’는 흉내·모방의 의미)는 데서 왔다는 설이 있다.

교토와 간사이 지역에서는 같은 음식을 히료즈(飛龍頭)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 그대로는 ‘날아다니는 용의 머리’라는 뜻인데, 포르투갈어로 튀김 과자를 뜻하는 ‘필료(filhó)’가 일본식 발음으로 바뀌며 한자가 붙었다는 추정도 있다.

겉은 튀김답게 바삭하지만 속은 두부 본연의 부드러움이 살아 있고, 씹을 때마다 다진 채소의 식감이 톡톡 묻어난다. 단일 재료인 두부에 여러 식감을 더한 가공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두부들과 결이 다르다.


야키도후 — 불맛을 입힌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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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도후(焼き豆腐)는 모멘도후를 눌러 수분을 살짝 뺀 뒤 표면을 구운 두부다. 튀기는 것과 굽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두부 양면에 또렷한 그릴 자국이 남는 것이 특징이며, 굽는 과정에서 콩 자체의 고소한 맛이 한층 살아난다. 튀김처럼 기름을 많이 흡수하지 않으면서도 풍미는 더 깊어지는 셈이다.

모멘도후를 베이스로 하지만, 굽는 공정이 더해지는 순간 별도의 이름을 갖는 두부로 분류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같은 두부라도 가공 단계 하나가 새로운 종류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고야두부 — 산사에서 내려온 얼린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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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독특한 가공법을 가진 두부는 고야두부(高野豆腐)다. 일본농림규격(JAS)의 정식 명칭은 ‘얼린 두부’로, 단단하게 만든 두부를 얼린 뒤 그대로 말려서 완성한다.

가마쿠라 시대(12~14세기)부터 전해진 음식으로, 와카야마현 고야산의 사찰에서 채식 음식으로 두부를 얼려 만든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철, 처마 밑에 매달아 자연 냉동·건조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얼고 마르는 과정에서 두부 속 수분이 빠지며 무수히 많은 구멍이 생긴다. 이 다공질 구조 덕분에 일반 두부와는 전혀 다른, 스펀지 같으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만들어진다.

건조해 농축된 만큼 영양 밀도도 높아진다. 100g 기준 단백질이 50g 안팎으로, 같은 무게의 일반 두부보다 훨씬 진한 편이다.

겨울이 길고 습도가 낮은 산간 지역의 기후가 이 자연 건조 방식에 꼭 맞아, 지금도 고야두부의 90% 이상이 나가노현에서 생산된다. 냉동·건조 기술이 일반화된 지금도 산지가 거의 바뀌지 않은 셈이다.

말려서 만든 만큼 보존성도 뛰어나다. 실온에서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아, 일본 가정에서는 비상용 식재료로 찬장에 늘 갖춰두는 경우가 많다. 물에 불리면 다시 본래의 두부와 비슷한 질감으로 돌아온다.

기누고시의 매끈함부터 고야두부의 다공질 식감까지, 일본 두부는 압착보다 응고와 가공 방식으로 갈라지는 또 다른 분류법을 보여준다. 한국 두부의 부드러움 스펙트럼과는 또 다른 결이다.

참고로 이름에 ‘도후’가 붙어도 진짜 두부가 아닌 음식도 있다. 고마도후(胡麻豆腐)는 콩 대신 참깨를 갈아 칡 전분으로 굳힌 음식으로, 고야산 사찰 요리에서 비롯됐다. 이자카야에서 흔히 보는 모찌리도후 역시 콩물이 아니라 전분에 우유나 크림치즈를 더해 만드는 음식인데, 그 이름은 고마도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둘 다 두부와 닮은 質感(질감) 때문에 이름만 빌려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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