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제주는 섬이다. 고려 때 ‘탐라’라는 이름으로 왕실에 진상품을 올리기 시작한 이래, 이 섬이 키워온 것들은 늘 뭍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한라산 곶자왈에서 자란 고사리, 해녀들이 맨몸으로 건져 올린 전복과 성게, 낚시줄 한 올로 잡아 올린 은갈치, 유배를 온 관리들도 탐냈다는 옥돔.

육지와 멀리 떨어진 탓에 스스로 갖춰야 했던 것들이, 이 섬만의 깊고 단단한 식문화를 만들어냈다.

제주 특산물

옥돔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옥돔

제주 사람들은 오랫동안 옥돔만을 생성(생선)이라고 불렀다. 다른 물고기들은 고유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옥돔만큼은 그냥 ‘생선’이라 부를만큼 상징적인 어자원이었다.

제주 방언으로는 지역마다 달리 불렸는데, 성산·우도 일대에서는 ‘솔라니’, 한림에서는 ‘생성’, 중문에서는 ‘바릇괴기(바다 고기)’라 했다.

‘솔라니’는 체형이 날씬하고 통통하다는 뜻의 제주어 ‘솔랑하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서 옥돔은 제사상과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다. 마른 옥돔을 구워 올리거나, 생옥돔으로 국(겡국)을 끓여 메와 함께 놓는 것이 제주 유교 제례의 관례였다.

제철은 12월에서 2월까지. 찬바람이 드는 그늘에서 이틀 정도 반건조한 뒤 배 쪽에 참기름을 발라 굽는 것이 가장 전통적인 방식이다. 특히 잡아서 손질까지 하루 안에 마친 당일바리 옥돔을 최고로 친다.

은갈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은갈치

같은 갈치라도 제주 갈치와 육지 갈치는 다르다. 육지에서 유통되는 갈치 대부분은 그물로 한꺼번에 잡는 ‘먹갈치’다. 그물에 걸려 비늘이 벗겨지면서 표면이 검게 변한다.

반면 제주 어부들은 야간에 집어등을 밝히고 낚싯줄 하나하나에 걸어 올리는 채낚기나 주낙 방식으로 갈치를 잡는다.

한 마리씩 건져 올리기 때문에 비늘이 온전히 살아있고, 그 덕에 표면이 은빛으로 빛난다.

조선시대 진상품 목록에도 은갈치가 등장한다. 성산읍 일대가 주산지로, 성산포 은갈치는 국내 갈치 수확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며 성산 은갈치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알려져 있다.

제철은 9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 시기 잡힌 갈치는 살이 연하고 풍미가 깊어, 갈치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제주에서는 갈치를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 것 외에도 국으로 끓여 먹는 것이 전통이다.

전복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전복 scaled

포작인이 줄어들면서 전복 채취는 점차 여성 해녀들의 몫이 됐다. 제주 해녀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23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려 국내외 유산 등재 4관왕을 달성했다.

제주 바다의 거센 해류를 이겨내며 자란 탓에 육질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여름철(7~9월)이 제철이지만, 산란기(9~11월)에는 내장에 독성이 생기므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성게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성게알

“제주 인심은 구살국에서 난다.” 성게를 제주 말로 ‘구살’이라 하는데, 이 말에는 오래된 사연이 있다. 성게는 양식이 되지 않아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하나씩 손으로 건져야 한다.

채취량이 워낙 적어 잔치 때나 구경할 수 있는 귀한 재료였다. 성게국 한 그릇에 성게가 얼마나 들어갔느냐가 곧 손님을 얼마나 귀하게 대접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 귀한 성게국을 내어놓는 것이 제주 인심의 표현이었다.

성게의 제철은 5~8월. 이 시기에 알이 가장 꽉 차고 노란빛이 짙어 단맛이 강해진다. 붉은 기가 도는 진한 노란색일수록 좋은 성게다.

제주에서는 성게 미역국을 경조사가 있을 때 반드시 내는 음식으로 여겼다. 제사상에 오르고, 혼례상에 오르고, 먼 길 온 귀한 손님 앞에 놓이던 국이 바로 구살국이었다.

자리돔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자리돔 scaled

자리돔은 제주 연안 암초 지대에서만 잡히는 소형 어류다. 몸길이 10~15cm에 불과하지만, 제주 사람들이 여름 내내 즐겨 먹는 생선이다.

가시가 가늘고 살이 고소해 회로 먹기 좋고, 된장 양념에 제피와 함께 버무려 물을 부으면 자리물회가 된다. 크기가 작은 것을 ‘쉬자리’라 부르는데, 이 작은 자리로 끓인 국물이나 물회의 풍미가 더 깊다고 알려져 있다.

자리젓도 제주 전통 밥상의 빠지지 않는 반찬이다. 자리돔을 소금에 절여 숙성한 자리젓은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있어, 여름철 밥도둑 반찬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제철은 5월부터 8월까지. 제주 서귀포 보목 포구는 자리돔 물회로 유명한 곳으로, 이맘때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한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한치

오징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제주 사람들이 훨씬 귀하게 여기는 것이 한치다. 다리 길이가 한치(약 3cm)밖에 안 될 정도로 짧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살이 더 두껍고 부드러우며 단맛이 강하다.

여름 밤, 제주 바다에 집어등이 켜지면 한치잡이가 시작된다. 6월에서 8월이 제철로, 이 시기에 잡힌 한치는 투명한 몸체가 거의 반투명에 가깝다.

생으로 물회를 만들거나 데쳐 먹는 것이 가장 흔한 방식이다. 한치물회는 자리물회와 함께 제주 대표 물회로 꼽힌다.

뿔소라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뿔소라

제주 뿔소라는  껍데기에서 날카로운 가시 같은 뿔이 여러 개 뻗어 나와 있는 고유종으로, 살이 크고 희며 육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해녀들의 주요 채취물 가운데 하나로, 해녀들이 물 밖으로 올라와 불턱(불을 피우는 쉼터) 주변에서 뿔소라를 삶아 먹는 장면은 제주 해안 마을의 오랜 풍경이었다.

소라 물회는 여름 별미다. 소라 살을 얇게 썰어 된장·고추장 양념과 각종 채소를 버무린 뒤 찬물을 부어 내는데, 뿔소라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시원한 국물이 잘 어울린다.

뿔소라는 또한 소라젓의 재료이기도 해서, 서귀포 보목동의 전통 소라젓은 지역 특산품으로 이름이 높다. 제철은 봄에서 초여름(4~7월)까지다.

방어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방어회

매년 12월이 되면 제주 모슬포항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전국에서 방어를 먹으러 온 사람들 때문이다.

방어는 찬 바다에서 기름이 오르는 생선으로, 수온이 내려가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가장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다.

특히 대정읍 모슬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방어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라 지방이 적절히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에서는 방어를 주로 회로 먹는다. 두툼하게 썬 방어 살에 무쌈을 곁들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대방어(5kg 이상)는 뱃살 부위의 기름진 풍미가 특히 뛰어나다.

겨울 방어를 먹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미식가들 덕에 모슬포 인근은 방어 시즌마다 줄이 긴 식당들로 활기가 넘친다.

모슬포 방어축제 — 매년 12월 대정읍에서 제주 방어축제가 열린다. 방어회 시식, 경매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고등어와 벵에돔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고등어와 벵에돔

“고등어는 살아있을 때도 썩는다”는 말이 있다. 지방이 많아 부패가 빠른 고등어는 신선도 유지가 까다로워, 산지 외에서는 생회로 먹기가 어렵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살아있는 고등어를 그날 바로 회로 즐길 수 있다. 제주 근해에서 잡아 바로 손질한 고등어회는, 평소 구이로만 먹던 고등어의 맛과 전혀 다른 경험을 준다.

쫄깃하고 풍부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벵에돔은 제주 바다 암초 지대에 서식하는 돔류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제주 최고의 낚시 대상어’로 꼽힌다.

크고 힘이 세 낚시의 손맛이 좋을 뿐 아니라, 회로 먹으면 담백하고 깔끔한 흰 살 생선의 맛이 일품이다.

제주 도심 횟집보다는 이호·성산 등 포구 인근 소규모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진짜 맛이다. 두 생선 모두 가을·겨울(10~2월)에 지방이 올라 풍미가 깊어진다.

감귤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감귤

귤이 제주에서 왕실로 올라간 것은 기록만 따져도 천 년이 넘는다. 高麗史(고려사)에는 1052년(문종 6년) “탐라에서 세공하는 귤자의 수량을 일백 포로 개정한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진상은 제주 사람들에게 고역이었다. 바람의 때를 기다려야 했고, 때를 만나지 못하면 귤이 썩어 문책을 받았다. 풍랑에 배가 표류하기도,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제주에 과원이 늘어난 것은 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리가 먹는 씨 없는 온주밀감은 사실 역사가 짧다.

1911년 프랑스 출신 선교사 에밀 타케 신부가 일본 선교사에게 제주 왕벚나무를 보낸 답례로 귤나무 14그루를 받아 심은 것이 온주밀감의 시작이다.

오늘날 제주는 노지 감귤 외에도 한라봉·천혜향·레드향·황금향 등 다양한 만감류를 생산한다. 한라봉은 꼭지의 볼록 솟은 부분이 한라산 봉우리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1990년대 도입 이후 지리적표시제(2015년)에 등록됐다

천혜향은 향이 천 리를 간다는 뜻이고, 레드향은 색이 붉어서,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의 교잡종으로 속껍질이 얇아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품종에 따라 11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 차례로 출하되어 제주의 겨울 내내 신선한 감귤을 즐길 수 있다.

고르는 법 — 노지 감귤은 껍질이 쭈글쭈글하고 색이 고른 것이 당도가 높다. 한라봉은 꼭지 주변이 단단하고 묵직한 것을 고른다. 농장 직판장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제주 흑돼지 — 돗통시에서 천연기념물까지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북서쪽 연리지가든 생고기 scaled

제주 재래 흑돼지의 사육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곽지 유적지에서 출토된 돼지 유골이 그 증거다.

제주 흑돼지는 오랫동안 ‘돗통시’에서 길러졌다. 돌담을 둘러 변소에 돼지 우리를 함께 두는 방식인데, 인분과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이 방식은 제주 특유의 순환 생활문화였다.

1970년대 말 새마을 운동 과정에서 재래식 변소 추방 운동이 전개되면서 돗통시는 사라졌고, 외래 개량종 돼지와의 교잡이 늘어나면서 순수 재래 흑돼지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1986년 제주 축산진흥원이 우도 등 오지에서 암컷 4마리·수컷 1마리를 수집해 복원 사업을 시작했고, 2015년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

한경면에 위치한 연리지 가든에서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된 제주 토종 흑돼지만 취급하는 등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일반 식당에서 먹는 흑돼지는 재래 순종이 아닌 버크셔종을 교배해 육성한 비육용 흑돼지지만, 사육 기간이 길고 제주 특유의 기후와 사료를 통해 육질의 탄력과 지방의 고소함이 일반 돼지와 확연히 다르다.

흑돼지 구이는 제주 방문 관광객 전통 음식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 왔다.

고사리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고사리

제주에서 고사리는 봄이 왔다는 신호다.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독특한 숲 지형인 곶자왈과 그 주변에서 자라는 제주 고사리는 ‘한라산 먹고사리’라는 별명이 있다.

굵으면서도 줄기 속이 비어 있어 보기보다 부드럽고, 씹을 때 특유의 향이 올라온다. 다른 지역 고사리에 비해 굵기와 식감이 다르다고 한다.

제주에 혼례나 제사 같은 집안 대소사에서 돼지고기와 함께 고사리가 없으면 상차림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고사리 육개장은 돼지 육수에 수육을 잘게 찢어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 뭉근히 끓이는 제주 향토음식으로, 서울에서도 긴 줄을 서는 집이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제철은 4월에서 5월까지로, 이 짧은 기간에 꺾은 생고사리가 가장 부드럽다.

메밀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메밀면

제주는 쌀 농사가 어려운 땅이다. 화산 지형 특성상 빗물이 스며들어 논농사가 거의 불가능했고, 주민들은 조·보리·메밀·콩·팥을 주식으로 삼았다.

메밀은 그중에서도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제주 식문화의 기반을 이룬다. 빙떡·꿩메밀칼국수·메밀묵·메밀범벅 등 제주 전통 음식의 상당수가 메밀을 재료로 한다.

제주 메밀은 일교차가 큰 중산간 지대에서 재배될 때 향이 진하고 껍질이 얇아 풍미가 좋다. 가을에 수확한 메밀로 빙떡을 빚거나 칼국수 면을 뽑는 것이 전통 방식이다.

근래 제주 메밀 소바나 메밀 두부 같은 현대적 재해석 메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제주 당근과 월동 무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무와 제주 당근

제주 당근은 조선시대 왕실 진상품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오래된 특산물이다. 제주의 화산토는 유기물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어 뿌리채소 재배에 유리하다.

특히 제주 당근은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아,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될 만큼 깔끔하다는 평이 있다. 수확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다.

성산읍의 월동 무도 제주를 대표하는 겨울 채소다. 천연 지하 암반수로 재배하고 화산토 노지에서 키워, 아삭한 육질과 높은 당도가 특징이다. 8월 하순에 파종해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확한다.


제주 지역 음식

몸국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몸국 scaled

제주에서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돼지를 잡았다. 혼례·상례·마을 제사가 있을 때마다 이웃과 함께 돼지를 추렴하고, 그 고기와 뼈와 내장을 한꺼번에 푹 삶아 진한 육수를 냈다.

그 육수에 ‘몸’이라 부르는 모자반을 가득 넣고 끓인 것이 몸국이다. 귀한 돼지 한 마리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국물을 넉넉히 내어 마을 전체가 나눠 먹는 방식.

이것이 제주 특유의 공동체 정신 ‘수눌음’이 밥상에 담긴 모양이었다.

모자반은 바다 냄새가 은은한 해조류다. 돼지 육수의 기름진 풍미와 모자반이 만나면 느끼함이 잡히고 국물이 깊고 진해진다.

메밀가루나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끓이는 것이 정석이다. 제주 방언으로는 ‘베지근하다(걸쭉하고 진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 2015년 국제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성게 미역국(구살국)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성게미역국

귀한 손님이 오면 성게국을 끓였다. 제주에서 성게국은 경조사 때 반드시 내놓는 음식이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성게는 양식이 안 되고 해녀가 직접 채취해야 했기에, 평소에는 좀처럼 먹기 어려웠다.

제사나 혼례에서 성게국이 올라오면 손님들은 그 정성의 크기를 알았다. 국에 성게알이 얼마나 들어갔느냐로 대접의 정도를 짐작했다.

제주식 성게 미역국은 육지의 것과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참기름에 볶지 않고 찬물에 성게와 미역을 함께 넣어 단시간에 끓여내는 방식이 제주 전통이다.

불을 오래 올리지 않아야 성게알이 굳지 않고 노란 빛이 살아있다. 성게에서 우러난 진한 노란 국물과 미역이 어우러져 은은한 바다 향이 올라오는 것이 제대로 된 구살국이다.

한 그릇에 뜨끈한 밥을 말아 먹으면 제주 바다가 통째로 입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갈치국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갈치국

“가을 갈치에 가을 호박.” 제주에서 갈치국 제철을 일컫는 말이다. 가을 바다에서 잡은 은갈치와 황금빛으로 익은 늙은 호박이 만나는 계절이 갈치국이 가장 맛있는 때다.

제주식 갈치국은 양념을 거의 넣지 않는다. 갈치 토막을 호박·배추·무와 함께 넣고 된장이나 소금으로 간만 해 끓이는 방식이다.

생선국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국물이 맑고 시원하다. 살이 젓가락질하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게 으스러지는 것이 싱싱한 은갈치국의 증거다.

제주에서는 갈치국을 집 밥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국 중 하나로 친다. 제주 향토음식 20선에 이름을 올린 갈치국은, 제주 사람들이 “이것이 제주 음식”이라고 대표적으로 꼽는 것들 중 하나다.

각재기국 — 전갱이 된장국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각재기국

‘각재기’는 전갱이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전갱이는 등 푸른 생선이라 비릴 것 같지만, 제주식 각재기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된장과 배추만으로 끓이는 이 단순한 국이 이토록 시원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은, 갓 잡은 제주 전갱이의 신선도 덕분이다.

각재기국은 갈치국과 같은 ‘제주식 생선 된장국’ 계열이지만 맛의 결이 다르다. 갈치국이 담백하고 부드럽다면, 각재기국은 전갱이 특유의 진하고 개운한 풍미가 있다.

육지에서는 거의 끓이지 않는 방식이라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국이다. 제주시 일도이동 ‘돌하르방식당’이 각재기국 맛집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으며,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곳이다. 각재기국 한 그릇에 10,000원 안팎이다.

흑돼지구이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북서쪽 연리지가든 고기 scaled

흑돼지구이를 다른 지역 삼겹살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멜젓’에 찍어 먹는 것이다. 멜젓은 멸치젓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흑돼지 특유의 고소하고 탄탄한 육질과 바다 향이 나는 멸치젓이 만나면 짭조름한 감칠맛이 증폭된다.

초간장이나 양념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 이 역시 제주 방식이다. 육지의 쌈장과 새우젓 조합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1995년경 돼지 껍데기가 붙은 제주 흑돼지 삼겹살이 서울로 진출하면서 ‘오겹살’이라는 메뉴의 원조가 됐다. 제주에서는 연탄불이나 참숯불에 구워 껍질이 바삭해질 때까지 굽는 방식을 선호한다.

돔베고기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돔베고기

‘돔베’는 도마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돔베고기는 삶은 돼지고기를 뜨거울 때 도마 위에서 바로 써는 방식에서 이름이 붙었다.

제주에서 집안 큰일에 돼지를 잡으면 살코기 부위는 손님 접대용으로 내고, 뼈와 내장은 몸국 육수로 썼다. 돔베고기는 바로 이 편육 문화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고기를 멜젓(멸치젓)이나 초간장, 양념 된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제주 방식이다. 고기국수와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옥돔구이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옥돔구이

앞서 소개한 옥돔을 가장 잘 먹는 방법이 구이다. 배를 갈라 소금을 뿌리고 그늘에서 이틀 정도 말린 뒤, 배 쪽에 참기름을 바르고 굽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은은하고 담백한 맛이 어떤 생선구이와도 다르다.

제주에서는 옥돔국도 즐겨 먹는다. 미역이나 무를 넣고 끓이는 옥돔국을 제주에서는 ‘고기국’ 또는 ‘생선국’이라 불렀는데, 그만큼 옥돔이 생선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차례상과 제사상에 반건조 옥돔구이가 올라가는 것이 관례다. 명절에 제주산 옥돔을 선물하는 문화도 여기서 비롯됐다.

신선도를 중요시해서 현지에서는 당일 손질한 당일바리 옥돔을 최상품으로 친다.

우럭조림·쥐치조림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우럭조림

제주 바다에서 나는 우럭(조피볼락)과 쥐치는 조림으로 먹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생선들이다. 제주식 우럭 조림은 무를 깔고 생선을 올린 뒤 간장·고추장·마늘·고춧가루로 양념한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조린다.

우럭은 살이 단단하고 담백해 조려도 으스러지지 않는다. 콩을 함께 넣고 조리는 ‘우럭콩조림’이 제주 전통 방식으로, 콩이 국물을 흡수해 밥반찬으로도 그만이다.

쥐치는 가죽처럼 거친 껍질을 벗겨내면 흰 살이 두껍게 나오는 생선이다.

무, 감자와 함께 맵고 짭조름하게 조리는 제주식 쥐치조림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가정식 반찬이자 밥상 위의 단골 메뉴다.

관광객들에게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제주 재래시장 인근 식당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횟감 — 고등어회·벵에돔회·자리물회·한치물회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고등어회

제주의 회 문화는 물회가 중심이다. 신선한 생선을 얇게 썰어 채소와 된장·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뒤 찬물을 붓는 방식은, 물질 후 차가운 몸을 데우고 빠르게 허기를 채워야 했던 해녀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고 전해진다. 자리물회와 한치물회가 대표적이다.

고등어회는 제주를 비롯한 남해지역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잡은 즉시 손질해야 신선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산지를 벗어나면 회로 내기가 어렵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등 푸른 생선의 선입견을 단번에 바꿔준다. 벵에돔은 도미과 생선답게 살이 희고 깔끔해, 두껍게 썬 사시미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주 포구 인근 소규모 횟집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려 먹는 것이 가장 진짜 같은 경험이다. 자리물회는 5~8월, 한치물회는 6~8월이 제철이다.

고기국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고기국수

제주에서 쌀은 귀했다. 화산 지형이라 논농사가 힘들었고, 조·보리·메밀 같은 잡곡이 주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밀과 보리를 이용한 국수 요리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고기국수는 그 토양에서 자란 제주 향토 음식이다. 잔치 때 돼지를 잡고 남은 육수에 국수를 말고 수육을 얹는 방식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고기국수의 생명은 육수다. 돼지 뼈와 고기를 몇 시간 이상 고아낸 뽀얀 육수는 느끼하지 않고 깊은 맛이 있다. 면 위에 얹는 수육은 돔베고기와 같은 방식으로 썰어 올린다.

멜젓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는 집이 많은데, 이것이 제주 방식이다. 제주 시내 곳곳에 고기국수 전문점이 성업 중이며, 국수 한 그릇 7,000~9,000원 선이다.

꿩메밀칼국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꿩메밀칼국수

제주에서 꿩은 닭보다 흔한 가금류였다. 섬 전역에 꿩이 많아 예로부터 꿩고기로 육수를 낸 음식이 발달했다.

꿩메밀칼국수는 꿩 한 마리를 통째로 고아낸 진한 육수에 메밀 면을 넣고 끓이는 음식으로, 꿩 특유의 담백하고 깊은 향이 메밀의 구수함과 잘 어울린다. 닭 육수보다 기름기가 적고 향이 부드럽다.

제주 향토음식 20선에 포함된 꿩메밀칼국수는 쉽게 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꿩 사육 농가가 줄고 식재료 수급이 쉽지 않아, 전문점의 수도 많지 않다.

제주 구도심 일대와 중산간 마을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귀한 향토 음식이다.

보말칼국수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보말칼국수

‘보말’은 고둥류의 일종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제주 해안 암초 지대에서 해녀들이 채취하는 작은 고둥인데, 이것을 갈아 육수를 낸 뒤 칼국수 면을 넣어 끓이는 것이 보말칼국수다.

보말이 뿜어내는 국물은 바다 향이 진하고 깊으며 약간 쌉싸름한 뒷맛이 있다. 전복죽이 화려한 보양식이라면, 보말칼국수는 제주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먹어온 소박하고 정직한 한 그릇이다.

보말죽과 보말칼국수는 제주 해안 마을 식당들의 단골 메뉴다.

돼지고기 샤브샤브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제주 돼지 샤브샤브

제주 흑돼지의 맛을 가장 섬세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샤브샤브다. 얇게 저민 흑돼지 고기를 끓는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방식으로, 구이와 달리 고기 본연의 질감과 담백한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제주에서는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서 채취한 표고버섯과 각종 채소를 함께 넣어 육수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흑돼지 목살이나 앞다리 살처럼 지방과 살이 고루 섞인 부위가 샤브샤브에 잘 어울린다.

빙떡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빙떡

빙떡은 메밀 반죽을 얇게 펴서 무채소를 볶아 넣고 김밥처럼 말아내는 음식으로, 제주의 전통 명절 음식이자 겨울 간식이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돌돌 말아서 빙빙 돌린다 해서 빙떡이라 한다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이다. 떡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속은 담백한 무채를 채워 칼로리가 낮고 담백하다.

제주 향토음식 7대 대표 음식에 선정된 빙떡은 오래전부터 혼례 상차림에 올랐다. 강한 양념이나 화려한 재료를 쓰지 않고, 메밀과 무채만으로 완성하는 소박한 음식이다.

제주 동문시장 내 빙떡 가게에서 갓 만든 것을 바로 먹을 수 있다.

오메기떡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오메기떡

차조가 제주 잡곡 문화의 핵심이라면, 오메기떡은 그 문화의 상징이다. 차조 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은 뒤 팥앙금을 넣거나 겉에 견과류·팥·콩가루 등을 묻혀 내는 전통 떡이다.

‘오메기’는 차조를 뜻하는 제주 방언에서 왔다. 쫄깃하면서도 강한 단맛이 없고, 차조 특유의 고소함이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오메기떡은 오래전부터 전통주 ‘오메기술’의 재료이기도 했다. 오메기술은 오메기떡을 발효시켜 만드는 제주 전통 탁주로,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제주 여행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아, 공항 면세점과 동문시장에서 개별 포장된 오메기떡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당일 출하를 원칙으로 하는 집이 많으니 구입 후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전복뚝배기·오분자기뚝배기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오분자기 뚝배기

전복뚝배기는 전복을 얇게 썰어 참기름에 살짝 볶은 뒤 불린 쌀을 넣고 뭉근히 끓여내는 음식이다. 내장의 녹색이 스며든 뽀얀 국물이 고소하면서도 바다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병후 회복식이나 산모 음식으로 오래전부터 쓰였으며, 제주시와 서귀포 일부 식당에서 뚝배기 형태로 낸다. 1인분 15,000~25,000원대다.

오분자기뚝배기는 전복보다 작고 납작한 소형 패류 오분자기로 끓인 것으로, 맛은 전복에 뒤지지 않는다. 해녀들이 물질에서 올라와 직접 손질해 끓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음식이다.

다만 오분자기는 자연산 채취량이 해마다 줄어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진짜 오분자기로 뚝배기를 끓여 내는 식당은 제주에서도 보기 힘들어졌다. 간판에 오분자기가 있더라도 전복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으니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둠비(마른두부)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둠비 scaled

‘둠비’는 두부를 뜻하는 제주어다. 그런데 제주의 둠비는 육지 두부와 다르다. 단단하게 눌러서 수분을 최대한 뺀 경두부, 즉 마른두부다.

두부가 단단하여 제주에서는 ‘른둠비(마른두부)’라고 부른다. 고려시대 제주 사찰의 승려들이 고기 대신 단백질을 얻기 위해 만들어 먹다가, 민가로 퍼져나가 관혼상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주의 콩이 척박한 화산토에서 단단하게 자라는 것처럼, 둠비 역시 단단하고 고소하며 식감이 뚜렷하다. 구워 먹거나 조려 먹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2015년 제주 향토음식 ‘맛의 방주’에 등재됐으며, 성읍 민속촌 내 식당에서 전통 방식의 둠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말고기

제주 지역 전통 향토 음식과 먹거리, 특산물 총 정리 count(title)%, 말고기 scaled

제주에서 말은 늘 특별한 존재였다. 고려 말부터 조선까지 왕실 군마를 공급하는 섬이었고, 대동여지도에 제주 전역에 말 목장이 표기되어 있을 만큼 말 사육이 국가 차원에서 관리됐다.

말고기를 식용하는 것은 제주의 오랜 풍습이지만, 동시에 ‘부정하다’는 관념도 공존했다. 제사나 상례, 명절, 마을 당굿 같은 의례 음식으로 쓰이는 특별한 날의 음식이었다.

오늘날 제주에서는 말고기 육회·구이·전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말고기 육회는 소고기 육회보다 육질이 세밀하고 지방이 적어, 특유의 진한 감칠맛이 있다.

제주 말고기는 일반 육류보다 불포화 지방산 비율이 높고 철분 함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 일부 전문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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