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한국과 일본에서 술을 만들 때 핵심적인 재료가 있다. 바로 누룩과 입국이다. 일본어로는 ‘코지’라 부른다.

막걸리 라벨을 뒤집어 보면 원재료명에 ‘입국’이라고 적힌 제품이 있고, ‘누룩’이라고 적힌 제품이 있다. 둘 다 한자로는 같은 국(麴) 자를 쓰는데 왜 다르게 표기할까.

둘 다 술의 발효를 위한 재료들이지만 입국을 사용했느냐 누룩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술의 산미, 향, 감칠맛, 심지어 그 술을 전통주라고 부를 수 있느냐 하는 논쟁까지 생기기도 한다.

사케를 이해하거나 우리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를 이해하려면 필수적으로 알고 넘어가야하는 재료다.

목차

입국이란? — 코지, 바라코지, 그리고 입국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 입국 만드는 과정

입국(粒麴)은 말 그대로 ‘낟알 국’이다. 쪄서 식힌 곡물 낟알 하나하나에 순수 배양한 곰팡이 포자를 뿌려, 알알이 흩어진 상태로 곰팡이를 번식시킨 발효제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흩임누룩, 한자로는 산국(散麴), 일본어로는 바라코지(散麴, ばら麴)라고 부른다. ‘바라’가 흩어졌다는 뜻이다.

코지와 입국은 같은 말일까

흔히 입국을 그냥 코지라고 부르는데, 엄밀히 따지면 포함 관계다.

코지(麴)는 곡물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것 전반을 가리키는 상위 개념이다. 술뿐 아니라 된장, 간장, 미림, 아마자케에 쓰는 것까지 전부 코지다. 원료에 따라 쌀로 만든 코메코지(米麴), 보리로 만든 무기코지(麦麴)로 나뉜다.

그중에서 낟알이 흩어진 형태가 바라코지, 즉 우리가 말하는 입국이다. 일본 양조 현장에서 쓰는 코지가 사실상 전부 이 형태이다 보니 굳이 구분해 부르지 않을 뿐이다.

왜 곰팡이가 필요할까?

술은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뱉어야 만들어지는데, 쌀에는 당이 없고 긴 사슬로 이어진 전분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맥주는 보리를 싹 틔워 곡물 스스로 효소를 만들게 한다. 하지만 쌀은 겉껍질을 깎아낸 백미 상태라 발아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효소를 바깥에서 들여와야 하고, 그 공급원이 바로 곰팡이다.

입국이 만들어 내는 세 가지 핵심 효소

  • α-아밀라아제 — 긴 전분 사슬을 잘라 덱스트린 같은 중간 산물로 만든다.
  • 글루코아밀라아제 — 그 덱스트린을 효모가 먹을 수 있는 포도당으로 바꾼다. 긴조 계열 사케는 효모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기 위해 이 효소의 활성을 특히 높게 잡는다.
  • 산성 프로테아제·펩티다아제 —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감칠맛을 만든다. 다만 아미노산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잡미로 이어지므로, 필요한 최소한만 나오도록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서 동아시아 곡물 술만의 독특한 구조가 나온다. 곰팡이가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당화와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발효가 같은 통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것을 병행복발효(竝行複醱酵)라고 부른다. 맥주는 당화를 끝낸 뒤 효모를 넣지만, 사케와 막걸리는 두 반응이 한 탱크에서 겹쳐 돌아간다.

덕분에 증류하지 않은 술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인 자연 알코올 20% 안팎까지 도달한다. 사케에서 입국으로 만드는 쌀은 전체 사용 쌀의 20~25% 정도이며, 나머지는 그냥 찐 쌀로 들어간다.

한국 주세법상 ‘국(麴)‘은 전분질 원료에 곰팡이류를 번식시킨 것, 또는 전분질을 당화시킬 수 있는 효소로 폭넓게 정의된다. 법 조문 안에서는 누룩과 입국이 구분되지 않지만, 현장에서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물건이다.


누룩과 입국, 어떻게 다를까?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1, 누룩 scaled
다양한 누룩

가장 큰 차이는 모양이 아닌 누가 들어와 사느냐다.

우리 전통 누룩은 병국(餠麴), 즉 떡누룩이다. 밀을 거칠게 빻아 물로 반죽한 뒤 틀에 넣어 덩어리로 성형하고, 그대로 공기 중에 두어 자연 접종을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누룩곰팡이만 들어오는 게 아니다. 여러 종의 곰팡이, 야생 효모, 젖산균, 그 밖의 세균까지 함께 자리를 잡는다. 이상적인 상태는 초산균 등이 먼저 번식해 잡균을 정리한 뒤 누룩곰팡이가 자리 잡는 것이다.

반면 현대의 입국은 실험실에서 순수 배양한 종국(種麴)을 증자한 쌀에 뿌려 단일 균만 키운다. 무대에 올라가는 배우가 한 명뿐이다.

이 차이가 술의 성격을 통째로 바꾼다. 여러 미생물이 얽힌 누룩 술은 복합적인 감칠맛과 구수함이 나오지만 배치마다 편차가 크다. 반대로 단일 균으로 발효하는 술은 결과가 일정하고 누룩향이 적어 깔끔하지만, 그만큼 층이 얇아지기 쉽다.

구분 전통 누룩 (병국) 입국 (산국)
주 원료 통밀을 거칠게 빻은 것 (쌀·녹두·보리도 사용) 주로 멥쌀, 일부 밀·보리
형태 반죽해 덩어리로 성형 낟알이 흩어진 상태 그대로
원료 가열 호화시키지 않은 생곡 증자해 호화시킨 곡물
접종 방식 공기 중 미생물 자연 접종 순수 배양 종국 인위 접종
관여 미생물 곰팡이·효모·젖산균 등 다수 단일 국균 (효모는 별도 첨가)
맛의 경향 감칠맛과 구수함, 누룩향 깔끔하고 산미가 뚜렷함
재현성 배치별 편차가 큼 매우 안정적

입국을 ‘일본 누룩’이라고 불러도 될까

큰 분류로는 맞지만, 일상 어휘로는 오해를 만든다. 계층을 정리하면 이렇다.

  • 국(麴) — 곡물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당화제 전체
  • 병국(餠麴) — 덩어리로 성형한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누룩
  • 산국(散麴) — 낟알이 흩어진 것. 입국이 여기에 속한다

문제는 한국어에서 ‘누룩’이 관용적으로 병국만 가리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입국을 그냥 일본 누룩이라고 하면 ‘덩어리로 빚어 자연 접종한 것’이라는 함의가 딸려 온다.

정확히 쓰려면 일본식 흩임누룩 또는 쌀누룩이 낫다. 실제로 제품 원재료명에도 ‘쌀누룩(입국)’처럼 병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점이 있다. 흩임누룩이 일본만의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에서 시작해 동아시아 전반에 퍼진 누룩 계보 안에 산국 방식은 원래부터 존재했고, 한국·대만·인도네시아·네팔에도 유사한 기록이 남아 있다.

다만 우리 쪽 산곡은 당화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주류가 되지 못했다. 일본식이 특별했던 것은 방식 자체가 아니라, 균을 순수 분리하고 표준화해 산업적으로 재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종국의 탄생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2, 증미한 쌀에 균 뿌리기 scaled

처음부터 순수 배양한 포자를 뿌렸을 리는 없다. 현미경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곰팡이 한 종만 골라 키우는 일이 가능해졌을까. 현대에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눠 보고 있다.

1단계 — 자연 발생

8세기 『하리마 풍토기(播磨國風土記)』에는 신에게 바친 밥에 곰팡이가 슬어 그것으로 술을 빚었다는 기록이 있다. 접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기다. ‘너의 이름은’에도 등장해 많이 유명해진 그것이다.

실제로 찐 쌀은 따로 포자를 뿌리지 않아도 국균이 자연히 붙는다. 대만에서도 남은 밥을 바구니에 펴 덮어 따뜻하게 두는 유사한 방식이 확인된다.


2단계 — 나무재라는 결정적 발명

잘 된 코지에 나무재(木灰)를 섞으면 배지가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알칼리에 약한 잡균 대부분은 그대로 죽는다.

그런데 아스페르길루스는 오히려 재 속의 칼륨과 인산을 영양으로 삼아 포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재에 들어 있는 구리·아연 같은 미량 성분은 포자의 착생률과 색까지 좋게 한다.

항생제도 배지 개념도 없던 시대에 선택 배양을 성립시킨 기술이다. 잡균은 죽이고 목표 균만 살리는 조건을 경험으로 찾아낸 것이다.

이 발견 덕분에 ‘잘 자란 균에서 포자만 대량으로 받아 다음 배치에 판다’는 사업이 성립했다. 종국(種麴)이 상품이 된 순간이다. 상업 국균은 어떤 의미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바이오테크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3단계 — 길드 독점과 근대 순수배양

헤이안 시대 말, 정부는 코지자(麴座)라는 종국 제조 길드를 세우고 독점 제조권을 줬다. 주류 과세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교토 기타노텐만구(北野天滿宮)가 대표 거점이었다.

하지만 사케가 귀족의 음료에서 대중의 술로 넘어가면서 체제가 흔들렸다. 양조장들이 자체 종국을 만들기 시작했고, 정부는 처음엔 길드 편에 서서 양조장의 배양실을 부쉈다.

결국 1444년, 분노한 양조업자들이 텐만구에서 길드와 충돌한다. 군대가 신사로 들이닥쳤고 화재와 수십 명의 사망자로 끝났다. 이 사건 이후 종국 제조는 길드 독점에서 풀려 ‘모야시야(もやし屋)‘라 불리는 전문 상인의 업이 됐다.

메이지에 들어 근대 미생물학이 도입되면서 플라스크를 이용한 원균 순수배양이 시작된다. 그때까지 상당히 원시적이던 종국 제조가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지금도 종국 배양은 정미율 96% 쌀, 즉 겨를 4%만 깎은 쌀에 동백재를 미량 섞어 약 2주에 걸쳐 진행한다. 목적이 효소가 아니라 포자 생산이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한 쌀을 쓴다.

현재 일본에서 정제·보존 가능한 종국을 판매하는 면허 업자는 일곱 곳 정도다. 그중 교토의 히시로쿠는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목적에 맞춰 균주를 개량한다. 글루코아밀라아제 생산을 끌어올린 하이지(High G) 계열, 최근 유행하는 고향기 효모가 만드는 쓴맛을 상쇄하기 위해 개발된 균주 등이 실제로 쓰인다.

국균의 종류 — 황국·백국·흑국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3,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비교 scaled

입국에 어떤 곰팡이를 쓰느냐가 술의 방향을 정한다. 실무에서 다루는 국균은 크게 세 갈래다.

황국균

사케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표준 균이다. 학명은 Aspergillus oryzae. 종명 oryzae는 벼의 학명에서 왔는데, 도쿄대에 재직하던 독일인 알부르크가 사케용 쌀 코지에서 이 곰팡이를 처음 분리해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황국(黃麴)이라 부르지만 실제 배지에서는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자란다. 사케뿐 아니라 미소, 간장, 미림, 아마자케까지 일본 발효식품 전반을 떠받치는 균이다.

18세기 말 이 곰팡이를 처음 분류한 이탈리아 사제이자 생물학자는 현미경 아래 모습이 가톨릭 사제가 성수를 뿌릴 때 쓰는 성수채(aspergillum)를 닮았다고 보았다. 속명 Aspergillus는 거기서 나왔다.


흑국균

오키나와 아와모리를 빚던 검은 누룩(黑麴)에서 1901년에 분리된 균이다. 현재 학명은 Aspergillus luchuensis이며, 과거에는 A. awamori로 통용됐다.

특징은 구연산을 다량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술덧의 pH를 확 떨어뜨려 잡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막아 준다. 기후가 따뜻한 남규슈에서 황국으로 소주를 빚으면 술덧이 자주 산패했는데, 흑국이 그 문제를 해결했다.

당화력, 특히 글루코아밀라아제 생산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다만 포자가 검어 작업장이 온통 검게 물드는 단점이 있었다.

백국균

흑국균을 연구하던 가와치 겐이치로(河內源一郞)가 포자 색이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한 돌연변이를 발견해 실용화한 것이 백국균(白麴菌)이다. 학명은 Aspergillus luchuensis mut. kawachii.

한국 양조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입국 형태다.

흑국의 장점인 구연산 생성 능력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작업성이 훨씬 나아졌다. 2013년 농촌진흥청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 막걸리와 일본 소주에 쓰이는 이 균이 앞서 보고된 A. luchuensis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학명이 정리되었다.

구분 황국균 백국균 흑국균
학명 A. oryzae A. luchuensis mut. kawachii A. luchuensis
포자 색 황록색 흰색 검은색
구연산 거의 없음 많이 생성 많이 생성
술의 맛 부드럽고 온화함 깔끔하고 산뜻한 산미 진하고 묵직함
주 용도 사케, 미소, 간장 막걸리, 증류식 소주 아와모리, 소주

여기에 간장 전용으로 쓰이는 Aspergillus sojae가 더해진다. 일본 양조학회는 2000년대 들어 이들 국균을 국균(國菌)으로 지정했고, 이후 흑국과 백국, A. sojae까지 그 범주에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한국 양조장은 무엇을 쓸까. 대량 생산 막걸리의 입국은 백국균이 사실상 표준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구연산이 술덧의 산도를 낮춰 여름철에도 잡균 오염 없이 안정적으로 발효가 진행되고, 포도당 전환이 빨라 발효 속도도 확보된다. 누룩향이 적어 젊은 소비자층과 수출 시장에서도 유리하다.

대신 산도가 올라가면서 술맛이 시어진다. 시중 막걸리의 그 특유한 새콤함을 두고 ‘막걸리는 원래 신 술’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생겼지만,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는 여러 균이 관여해 오히려 감칠맛 쪽으로 기운다.

증류식 소주 역시 백국균이나 흑국균 계열을 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약주·청주 계열에서는 황국균 입국을 쓰기도 한다.

입국 만들기, 제국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4, 이치 코지 니 모토 산 츠쿠리 scaled

사케 양조에는 이치 코지, 니 모토, 산 츠쿠리(一麴, 二酛, 三造)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첫째가 입국 만들기, 둘째가 주모, 셋째가 담금이라는 뜻이다.

순서가 곧 중요도다. 그만큼 제국(製麴) 공정이 최종 술의 성격을 좌우한다.

시작은 찌는 것 부터다. 목표는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상태다. 이 수분 배치가 뒤에서 균사가 뻗어 나가는 방향을 결정한다.

공정 순서

  • 히키코미(引込) — 식힌 증미를 국실(麴室)로 옮긴다. 국실은 온도 약 30℃, 습도 60% 안팎으로 유지되는데, 온도가 낮으면 황국균이 배양되지 않고 습도가 더 높으면 다른 잡균이 먼저 번식하기 때문이다. 이중문과 밀폐창, 단열벽으로 외부와 차단한다.
  • 도코모미(床揉)·다네키리(種切) — 쌀을 펼쳐 온도를 균일하게 맞춘 뒤, 체를 통해 종국 포자를 흩뿌리고 손으로 고루 비벼 넣는다. 증미 100kg당 30g 내외를 쓰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후 담금 단계로 갈수록 필요한 효소량이 줄어 사용량도 줄인다.
  • 기리카에시(切返) — 10~12시간 뒤 서로 들러붙은 쌀알을 손으로 떼어 내며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와 수분을 다시 고르게 만든다.
  • 모리(盛) — 발열이 시작되므로 온도 조절이 쉽도록 일정량씩 나무 뚜껑(麴蓋)이나 상자에 나눠 담는다.
  • 나카시고토(仲仕事) — 품온이 35℃ 부근에 이르면 다시 헤쳐 열과 습기를 빼고 산소 접촉 면적을 늘린다.
  • 시마이시고토(仕舞仕事) — 38.5℃ 전후에서 전체 온도를 균일하게 맞추고 여분의 수분을 날린다. 40℃를 넘어서면 아밀라아제 계열 효소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이 구간의 온도 곡선이 특히 중요하다.
  • 데코지(出麴) — 40~43℃를 유지하며 8~12시간을 보낸 뒤 국실 밖으로 꺼내 번식을 멈춘다.
  • 카라시(枯) — 서늘한 곳에서 식히며 수분을 날린다. 완성된 것에서는 밤을 구운 듯한 향이 난다.

전 과정은 보통 이틀에서 사흘, 시간으로는 40~48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밤을 새워 가며 감시하고 조절한다.

시즈오카의 한 양조장 토지(杜氏)는 여기에 70시간을 들이고, 90분 간격으로 온도와 수분을 확인한다고 한다. 즉 양조 시즌인 10월부터 4월까지 한 번에 90분 넘게 자는 일이 없다고 그는 얘기한다.

한국 양조장의 입국 제조는 어떻게 다를까

기본 골격은 같지만 온도대와 시간이 조금 다르다. 쌀을 90~110℃에서 40~60분 증자한 뒤 20~30℃로 냉각하고, 쌀 중량 대비 종국 0.1~0.3%를 접종해 30~40℃에서 25~48시간 배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대형 양조장은 대부분 온습도를 자동 제어하는 자동제국기를 쓴다. 사케 쪽에서도 기계 제국이 널리 쓰이지만, 손으로 만든 것이 여전히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하제 — 소우하제, 츠키하제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5, 소우하제 츠키하제 scaled

제국 공정에서 가장 예민하게 관찰하는 개념이 하제(破精)다. 균사가 쌀에 뿌리를 내리고 파고든 흔적, 즉 쌀 표면에 나타나는 흰 반점을 가리킨다.

이 반점이 쌀알 전체에 퍼졌는지, 일부에만 났는지에 따라 발효 중 쌀이 녹는 속도가 달라진다.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눈다.

소우하제형(總破精)은 균사가 표면 전체를 덮으면서 안쪽까지 깊이 파고든 상태다. 당화력이 매우 강해 쌀의 단맛과 감칠맛을 충분히 끌어낸다. 진하고 묵직한 술, 특히 주모용으로 쓰인다.

츠키하제형(突破精)은 표면 번식은 듬성듬성한데 균사가 알 중심으로 깊게 뻗은 상태다. 당화력이 적당한 수준에 머물러 담려하고 깨끗한 술을 만들기 좋다. 긴조 계열에 주로 쓰는 유형이다.

실패한 경우도 있다. 증미 표면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곰팡이가 안으로 들어갈 필요를 못 느껴 표면에만 얇게 도는데, 이런 것은 효소력이 없어 술에 쓸 수 없다. 반대로 쌀이 너무 무르면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뭉개질 정도로 과하게 번식한다.

국균 종류와 파제형

국균 종류는 어떤 균이냐를 말하고, 파제형은 그 균을 어떻게 키웠느냐를 말한다.

다만 실무에서 ‘흑국 소우하제형’처럼 붙여 부르지는 않는다. 하제는 애초에 청주 제국에서 발달한 평가 기준이고, 소주·막걸리용 백국 입국은 당화력을 최대한 뽑는 것이 목적이라 사실상 전면 번식 쪽으로 통일돼 있어 구분할 실익이 적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입국을 가르는 축은 오히려 원료(쌀입국·보리입국), 용도(주모용·담금용), 수분 상태(건조하게·습하게) 쪽이다. 수분이 많으면 술덧에서 빨리 녹아 당이 한꺼번에 들어가고, 건조하면 천천히 녹는다.

우리술에서의 입국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6, 양조장 옹기 scaled

일본은 근대에 들어 양조에 과학을 도입하면서 당화와 알코올 발효를 분리했다. 코지로 당화를 담당하게 하고, 배양한 효모를 따로 넣어 발효를 진행하는 방식을 확립한 것이다.

이 체계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한반도에 들어왔다. 1920년 무렵 흑국균으로 만든 입국이 전통 누룩 대신 소주 제조에 쓰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누룩과 절반씩 섞다가 점차 입국만 쓰는 쪽으로 굳어졌다.

해방 이후에도 흐름은 이어졌다. 1960년대 양곡 정책으로 쌀 사용이 제한되면서 밀가루와 고구마가 막걸리 원료로 들어왔고, 전통 양조법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지금 대량 생산되는 막걸리 대부분은 백국 입국에 배양효모를 조합해 만든다. 발효가 안정적이고 품질 편차가 작아 유통과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논쟁도 따라온다. 입국으로 빚은 술을 전통주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문제다. 누룩으로 밑술과 덧술을 앉혀 맑은 부분을 떠낸 청주와, 입국으로 만든 니혼슈의 차이는 결국 발효제와 도정도에서 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효제에 따른 청주와 약주의 차이, 주세법의 분류에 따른 논란도 여기서 기인한다.

2010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식품연구원 주도로 전통 누룩에서 찾아낸 누룩곰팡이 8종을 이용해 개량 누룩 17종을 개발했다. 다만 현장에서 기존 입국과 사용감이 달라 보급은 더디게 진행됐다.

일본 양조 현장에서의 누룩의 역할

양조 현장 기준으로는 그렇다. 청주, 소주, 아와모리, 간장, 미소, 미림 모두 산국(散麴), 즉 입국을 쓴다. 병국(餠麴), 즉 누룩은 일본 양조에서 사실상 쓰이지 않는다.

이유는 재료에 있다. 고대 일본도 대륙식 병국과 초국(草麴)(쿠사코지, 곡물 가루에 식물 재료를 섞어 띄운 누룩) 방식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오래 쓰이지는 못했다.

고대 일본에서 밀은 처리가 까다로운 곡물이었다. 맷돌이 농가에 널리 퍼진 것이 17세기 후반이라, 그 전까지는 밀을 곱게 가루 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반면 쌀은 나무 절구로 도정이 가능했고 시루로 찌는 기술도 이미 있었다. 그런데 배지가 정해지면 형태도 따라 정해진다. 가루 반죽은 치대면 덩어리가 되지만(밀), 찐 낟알은 알알이 흩어져 뭉칠 방법이 없다(쌀).

이런 사정 탓에 일본에서는 찐 쌀을 흩어진 채로 띄우는 산국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이때만 해도 지금 같은 단일균은 아니었다. 펼쳐 둔 증미에 공기 중의 곰팡이, 효모, 세균이 함께 내려앉았고, 잘 된 배치를 덜어 다음 배치에 섞어 이어 가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흩어진 증미라는 환경 자체가 어느 정도 균을 걸러 주었다. 표면적이 넓고 비교적 건조한 조건에서는 덩어리 속처럼 습하고 산소가 적은 곳을 좋아하는 리조푸스나 무코르보다 아스페르길루스가 우세했다.

정리하면 산국이라는 형태는 재료가 정한 결과였고, 단일균은 관리와 재현성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둘 사이에는 천 년이 넘는 시차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반대 방향의 실험도 있다. 벼 이삭에서 야생 국균을 직접 채취하거나 자가 종국을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이 등장했다. 상업 종국보다 안정성이 떨어지고 손이 많이 가서 주류는 아니다.

흥미로운 건 일본 쪽에서도 균을 바꾸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소주용이던 백국균을 사케에 쓰는 양조장이 생겨나고 있다. 백국균의 구연산이 만들어 내는 감귤계 산미가 기존 사케에 없던 플레이버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아오모리의 한 양조장은 주모에는 백국을, 본담금에는 황국을 쓰는 방식으로 산미와 정갈함을 동시에 잡는다.

결국 입국이냐 누룩이냐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하는 술의 문제다.


입국 술과 누룩 술, 잔에서 구별하는 법

입국(코지)이란? 누룩과의 차이, 국균 종류와 단일균 배양까지의 역사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차이) 7, 청주와 약주 scaled

라벨부터 확인하는 게 가장 빠르다. 원재료명에 ‘입국’, ‘미국(米麴)‘, ‘쌀누룩’, ‘정제효소’가 적혀 있으면 단일 균으로 당화한 술이다. ‘누룩’, ‘곡자(麯子)‘로 표기되어 있으면 전통 발효제를 쓴 것이다.

둘을 함께 쓰는 제품도 많다. 안정성은 입국에서 가져오고 풍미는 누룩에서 가져오는 절충안이다.

  • 산미의 성격 — 백국 계열 술은 첫 모금에서 새콤함이 또렷하게 치고 들어온다. 누룩 술의 산미는 뒤쪽에서 감칠맛과 섞여 완만하게 올라온다.
  • 향 — 누룩 술에서는 구수하고 곡물스러운 향이 배경에 깔린다. 이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산업계가 입국으로 기운 이유이기도 하다.
  • 여운 — 단일 균 발효는 깔끔하게 떨어지고, 복합 발효는 여운이 길고 층이 많다.

참고로 사케에서 제국이 잘못되면 완성된 술에 옅고 어두운, 살짝 곰팡내 비슷한 냄새가 배경에 남는다. 이것을 코지 냄새라고 부르는데, 이런 향이 감지된다면 그 술은 입국 단계에서 이미 방향이 틀어진 것이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하나가 술의 성격을 정한다. 다음에 막걸리나 사케를 마실 때 원재료명을 한 번 훑어보면, 그 잔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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