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숨결, 머스크란 무엇인가

향수를 만들 때 조향사가 가장 마지막에 손에 쥐는 재료가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없으면 향이 무너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붙잡아 두는 재료.
바로 머스크(Musk), 우리말로는 사향(麝香)이라 부르는 향료다.
머스크라는 단어의 뿌리를 따라가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모스코스(μόσχος)’, 페르시아어 ‘무슈크(mushk)’, 그리고 산스크리트어 ‘무슈카(muṣka)’에서 왔는데, 그 뜻이 ‘고환’이다.
사향노루의 사향 낭을 처음 발견한 이들이 그 형태에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토록 원초적인 어원에서 출발한 향료가 수천 년간 인류 최고의 사치품으로 군림했다는 것이, 머스크라는 향료가 향수를 얘기함에 있어 절대 빠질 수 없는 향료라는 사실을 대변한다.
학명: Moschus moschiferus (사향노루, 히말라야 사향노루). 향료로 사용되는 사향은 이 종과 세 개의 근연종 수컷에서만 채취된다.
히말라야에서 아프가니스탄, 중국에 이르는 산악 지대에 서식하는 수줍고 작은 이 동물은, 복부의 사향 낭 하나 때문에 수백 년간 인간의 덫에 걸려야 했다.
사향은 6세기 이전에는 향수 재료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슬람 문명이 꽃피운 아바스 왕조 시대에 이르러 사향은 비단, 장뇌, 향신료와 함께 아랍 상선이 중국에서 실어온 최고의 사치품 중 하나가 됐다.
바그다드의 칼리프들은 사향을 사원과 궁전의 모르타르에 섞어 건물 자체에서 향기가 나게 했다고 전해진다.
나폴레옹의 황후 조제핀은 사향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침실을 사향으로 가득 채웠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수십 년이 지나도 방을 아무리 씻고 페인트를 칠해도 향기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인도 신비주의 시인 카비르(Kabir)는 사향노루의 우화를 빌려 이런 시를 남겼다. “사향노루는 아름다운 향기를 맡고 온 숲을 헤매지만, 그 향기가 자신의 배꼽에서 나온다는 것을 모른다.”
이것은 불성(佛性)이나 신성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다는 깨달음을 말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머스크가 가진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정확히 묘사한다.
머스크는 피부에 닿았을 때 ‘내 것’처럼 느껴지는 향이다. 흔히 말하는 ‘살 냄새’의 중심이다.
사향은 향수 재료 중 가장 강력한 향료 중 하나이며 동시에 가장 비싼 향료에 속한다.
고품질 향수의 약 35%에 머스크 혹은 합성 머스크가 주요 성분으로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현대 향수 산업에서 그 비중은 절대적이다.
머스크의 추출 방식

천연 사향을 얻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잔혹하다. 수컷 사향노루의 복부에 위치한 전치샘(前置腺) 낭, 즉 사향 낭(musk pod)을 적출하는 것이다.
사향 낭은 호두 크기의 주머니로, 한쪽 면은 부드럽고 반대쪽은 털이 나 있다.
낭 안의 내용물은 처음에는 반유동성 상태이지만 건조되면 불규칙한 형태의 어두운 알갱이(사향 입자, musk grain)가 된다.
이 알갱이를 높은 도수의 알코올에 담가 팅쳐(tincture)를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향수용 추출 방식이었다.
원액 상태에서는 불쾌하고 압도적인 냄새이지만, 충분히 희석하면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사향의 핵심 향기 성분인 머스콘(muscone)은 알갱이 전체 중량의 약 2%를 차지한다.
현대 향수 산업에서 천연 사향의 추출은 사실상 사라졌다. 천연 사향을 얻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동물을 죽여야 했고, 이는 윤리적 문제와 함께 사향노루의 멸종 위기로 이어졌다.
이제 합성 머스크가 그 자리를 완전히 대체했으며, 조향사 루카 투린이 지적했듯 합성 머스크는 천연 사향보다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 향수 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화학적 합성법은 1926년 레오폴트 루지카(Leopold Ruzicka)가 머스콘의 분자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하면서 가능해졌다.
그것은 6개 이상의 탄소 고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당시 화학계의 상식을 깨는 발견이었고, 루지카는 이 업적으로 193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향수 산업의 숨은 주역 — 합성 머스크의 계보

1888년, 독일 화학자 알베르트 바우어(Albert Baur)가 폭발물을 연구하던 중 다이너마이트(트리니트로톨루엔 ㅡ TNT)의 유도체에서 뜻밖에 달콤하고 사향 같은 냄새를 발견했다.
이 우연한 발견이 현대 향수 산업을 바꿔놓은 나이트로 머스크의 출발점이었다. 이 물질은 ‘무스크 바우어(Musk Baur)’로 명명됐고, 훗날 ‘통킨(Tonkinol)’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천연 통킨 머스크의 향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바우어는 계속해서 유사 물질을 탐색해 머스크 자일렌(Musk Xylene), 머스크 케톤(Musk Ketone), 머스크 앰브레트(Musk Ambrette) 등을 발견했다.
머스크 케톤은 천연 사향의 향에 가장 가까운 나이트로 머스크로 평가됐다. 이 나이트로 머스크 계열은 20세기 중반까지 향수의 주요 머스크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나이트로 머스크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일부 성분이 광독성(光毒性, phototoxicity)을 가져,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했다.
제조 과정 자체도 TNT와 근연한 구조 특성상 안전 위험이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나이트로 머스크는 금지되거나 강력히 규제됐다.
합성 머스크의 3대 계보
| 계열 | 대표 성분 | 등장 시기 | 향의 특성 | 현재 상태 |
|---|---|---|---|---|
| 나이트로 머스크 (Nitro Musk) | Musk Xylene, Musk Ketone, Musk Ambrette | 1888년~ | 파우더리, 달콤함, 약간의 캠퍼향 | 대부분 금지/규제 |
| 폴리사이클릭 머스크 (Polycyclic Musk) | Galaxolide®, Tonalide®, Celestolide® | 1950년대~ | 깨끗하고 따뜻한 파우더리, 세탁향 | 일부 규제 진행 중 |
|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 (Macrocyclic Musk) | Muscone, Ethylene Brassylate, Habanolide®, Exaltolide® | 1926년 이후 합성 개발 | 천연 사향에 가장 가까움, 부드럽고 크리미한 향 | 주요 현역 성분, 가장 안전성 높음 |
1950년대 등장한 폴리사이클릭 머스크는 주로 인데인, 테트랄린, 아이소크로만 구조를 갖는다.
대표적인 갤럭솔리드(Galaxolide®)와 토날리드(Tonalide®)는 20세기 후반 향수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성분이었다.
루카 투린은 갤럭솔리드를 “Cashmeran”과 함께 현대 폴리사이클릭 머스크의 대표작으로 자주 언급한다.
그러나 환경 중 생물 축적성(bioaccumulation)과 호르몬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계열도 점차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다. 천연 머스크의 핵심 성분인 머스콘과 시베톤이 바로 이 계열에 속한다.
원형 고리 구조가 15개 이상의 탄소로 구성된 거대 고리 화합물로, 천연 사향에 가장 가까운 향을 내며 안전성 프로파일도 뛰어나다.
에틸렌 브라씰레이트(Ethylene Brassylate)는 현재 생산량 기준 가장 많이 쓰이는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로, 1933년 듀폰(DuPont)에서 처음 합성됐다.
이후 조향사 앙드레 프레이스(André Fraysse)가 1934년 랑방의 ‘아르페쥬(Arpège)’ 리포뮬에 사용한 것이 파인 프래그런스 데뷔였다.
이것이 향의 ‘지속성’을 만드는 원리다. 나이젤 그룸은 “사향이 담긴 손수건에서는 40년 후에도 향기가 난다”고 기록했다.
금지된 역사 — 사향노루 보호와 IFRA 규제의 탄생
[이미지 삽입 위치 — CITES 보호 및 사향노루 보존 이미지]
20세기 중반, 사향노루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연간 약 5만 마리의 사향노루가 사향 낭 채취를 위해 희생됐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남획이 극심했다.
1g의 사향을 얻기 위해서는 수컷 1마리를 희생해야 했고,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사향의 가격이 금보다 비싸지기도 했다.
향수 업계가 천연 사향에 대한 의존을 끊은 것은 동물 보호 단체의 압력 때문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경제적 이유이기도 했다.
1979년,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국제 상업 거래가 엄격히 규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수에는 천연 사향이 포함되지 않는다.
극소수의 인디 퍼퓨머가 수십 년 된 재고를 소량 보유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이트로 머스크의 규제는 또 다른 흐름이었다. 1995년 이후 유럽연합은 무스크 앰브렛을 화장품에 사용 금지했으며, 이후 무스크 자일렌과 무스크 티베틴도 사용이 금지됐다.
국제향료협회(IFRA, International Fragrance Association)는 지속적으로 독립적인 안전성 연구기관 RIFM(Research Institute for Fragrance Materials)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머스크 케톤은 현재 완전히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완성 향수에서 약 1.4% 이하로 사용이 제한되는 국가가 있다.
이처럼 나이트로 머스크 가족은 사실상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고, 폴리사이클릭과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하나의 향료 계열이 윤리와 안전, 환경의 세 가지 이유에 의해 완전히 교체된 드문 사례다.
화이트 머스크와 블랙 머스크의 향과 차이
[이미지 삽입 위치 — 화이트 머스크 vs 블랙 머스크 대비 이미지]
향수 매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화이트 머스크’와 ‘블랙 머스크’라는 분류는 엄밀한 화학적 분류가 아니다.
이것은 향의 인상과 컨셉을 기반으로 한 시장적, 감각적 범주다. 그러나 이 두 방향이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은 머스크 향수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실용적인 지식이 된다.
화이트 머스크 (White Musk)
화이트 머스크는 천연 사향과의 거리가 가장 먼 현대적 개념이다. 합성 머스크, 특히 매크로사이클릭 계열의 머스크가 만드는 깨끗하고, 비누 같고, 파우더리한 향을 가리킨다.
갓 세탁된 면 이불, 따뜻한 물로 막 씻은 피부, 혹은 햇볕에 바짝 마른 리넨. 이런 이미지가 화이트 머스크다. 루카 투린은 이 특성을 ‘깨끗함과 동물성이 공존하는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머스크 사마르칸트(Serge Lutens의 Musc Samarkand)를 묘사하면서 “불쾌한 동물적 냄새와 화려하고 파우더리한 세탁향의 절묘한 중간”이라고 했다.
화이트 머스크가 그 스펙트럼의 깨끗한 끝에 위치한다면, 블랙 머스크는 그 반대 끝에 있다.
에틸렌 브라씰레이트는 화이트 머스크를 대표하는 성분 중 하나다. 루카 투린은 L’Artisan Parfumeur의 ‘뮈르 에 뮈스크(Mûre et Musc, 1978)’를 설명하면서 이 성분을 “라즈베리 오버톤을 가진 크리미한 합성 머스크”라 묘사했다. 가볍고 투명하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한국에서 화이트 머스크가 유독 친숙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섬유유연제와 세탁 세제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향이 바로 이 화이트 머스크 계열이기 때문이다.
갤럭솔리드(Galaxolide®)와 토날리드(Tonalide®)로 대표되는 폴리사이클릭 머스크는 특유의 세탁향을 만들어내는 핵심 성분으로, 오래전부터 세제·유연제·섬유 향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따뜻하게 건조된 코튼, 깨끗하게 세탁된 이불에서 나는 바로 그 향이다.
이 때문에 화이트 머스크 향수를 처음 접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어디서 맡아본 것 같은 향”이라는 반응을 자주 보인다. 낯선 것이 아니라 일상 속 깊이 스며들어 있던 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이트 머스크의 강점이기도 하다. 거부감 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냄새’로 받아들여지는 보편성.
다만 파인 프래그런스에서는 이 세탁향 뉘앙스를 한층 정제하고, 플로럴이나 우디 노트를 더해 보다 복합적인 아름다움으로 발전시킨다.
블랙 머스크 (Black Musk)
블랙 머스크는 화이트 머스크보다 어둡고, 더 깊고, 더 동물적이다. 화학적으로 단일 성분이 아니라 합성 머스크에 패출리, 라브다넘, 벤조인, 베티버 같은 어두운 수지계·흙냄새 향료를 블렌딩해 만드는 컨셉 향조다.
실제로 과거 동물성 머스크 — 사향 낭을 건조했을 때 얻어지는 어두운 알갱이 — 의 진한 동물성 향과 인상적으로 유사하다.
블랙 머스크의 향은 따뜻하고, 강렬하며, 때로는 약간 관능적이고 거칠다. 피부에서 발열감과 함께 천천히 열리는 특성이 있어, 저녁 자리나 특별한 상황에 더 어울린다.
남성 향수에서 블랙 머스크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유니섹스 영역에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 구분 | 화이트 머스크 | 블랙 머스크 |
|---|---|---|
| 향의 인상 | 깨끗하고 파우더리, 세탁향, 비누향 | 진하고 어두움, 수지향, 동물성 |
| 대표 성분 | Ethylene Brassylate, Habanolide®, Exaltolide® | 합성 머스크 + 패출리, 라브다넘, 벤조인 |
| 강도 | 가볍고 투명함 | 강하고 지속성 높음 |
| 착용 시간 | 데일리, 업무용, 낮 | 저녁, 특별한 날 |
| 성별 감 | 유니섹스, 살짝 여성적 | 유니섹스, 살짝 남성적 |
| 연상 이미지 | 린넨, 갓 씻은 피부, 아침 | 앰버, 동물 털, 달빛, 밤의 열기 |
블렌딩하기 좋은 향료
머스크는 향수에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보다 다른 향료와 함께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머스크의 최대 강점은 다른 향료를 ‘증폭’하거나 ‘매끄럽게 이어주는’ 접착제 같은 역할이다. 다음은 머스크와 궁합이 좋은 대표적인 향료들이다.
- 로즈·재스민 (플로럴 계열) — 머스크는 꽃향기에 살과 따뜻함을 더한다. 플로럴 머스크 장르의 근간이다.
- 샌달우드·시더우드 (우디 계열) — 머스크와 우드의 조합은 ‘세컨드 스킨’의 전형이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스가 이 조합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완성시켰다.
- 바닐라·통카빈 (구르망 계열) — 머스크는 바닐라의 달콤함을 더 관능적으로 만든다. 오리엔탈 향수의 베이스에 필수적이다.
- 앰버·라브다넘 (레진 계열) — 블랙 머스크 컨셉의 핵심 조합. 깊이와 따뜻함이 증폭된다.
- 베르가못·레몬 (시트러스 계열) — 화이트 머스크와 시트러스의 조합은 가볍고 산뜻한 데일리 향수의 공식이다.
- 베티버·패출리 (어시 계열) — 어두운 흙냄새 계열과 머스크가 만나면 가장 관능적이고 깊은 블랙 머스크 계열이 완성된다.
머스크를 대표하는 향수 추천
머스크를 중심에 놓고 만들어진 향수들은 공통적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한다.
향수를 뿌렸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것, 혹은 반대로 그 향이 마치 자신에게서 원래 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세컨드 스킨(second skin) 효과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포 허” (For Her, 2003) — 현대 향수에서 화이트 머스크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조향사 소니아 콩스탕(Sonia Constant)과 카롤린 사바스(Caroline Sabas)가 창조한 이 향수는 머스크를 중심 노트로 놓고, 장미, 벨벳 우드, 앰버가 감싸는 구조를 갖는다.
소니아 콩스탕은 “피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컨드 스킨 효과”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화이트 머스크 향수의 시작점으로 삼기에 이상적이며, 한국에서도 꾸준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스테디셀러다.

딥티크 “플레르 드 뽀” EDP (Fleur de Peau EDP, 2019) — ‘피부의 꽃’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플레르 드 뽀는 머스크를 향의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로즈와 아이리스의 파우더리한 꽃향기를 절묘하게 얹은 구조다.
조향사 올리비에 페슈(Olivier Pescheux)는 이 향수를 두고 “향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암브레트 시드(ambrette seed)에서 비롯된 부드러운 식물성 머스크 베이스가 플로럴 노트와 함께 피부 위에서 마치 체온처럼 천천히 열린다.
유니섹스 향수로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리며, 특히 ‘향수 같지 않은 향수’를 찾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추천되는 향수다.
더 바디샵 “화이트 머스크” (White Musk, 1981) — 1981년 출시 이후 40년 넘게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더바디샵의 화이트 머스크는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화이트 머스크’라는 단어에서 연상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향수다.
비누향, 파우더리한 깨끗함, 은은한 플로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성분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합성 머스크의 윤리적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가격 접근성이 뛰어나 머스크 향수 입문으로 추천하기에 부담이 없으며, 오 드 뚜왈렛, 퍼퓸 오일, 바디로션까지 라인업이 다양하다. 한국 매장에서도 상시 구매 가능하다.
머스크 향수는 레이어링의 베이스로도 탁월하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포 허처럼 가벼운 화이트 머스크 향수를 피부에 먼저 바른 후, 조 말론의 베르가못 & 바질이나 딥티크의 도손 같은 향수를 그 위에 레이어링하면 머스크가 다른 향의 지속력을 높이고 부드럽게 이어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머스크를 구성하는 핵심 성분
머스크의 주요 성분
머스크의 향기를 구성하는 성분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모두 ‘사향 향’을 내지만 분자 구조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머스크 화학의 흥미로운 특징이다.
머스크는 분자 최대 크기에 가까운 큰 분자들이며, 누구나 적어도 한두 가지 머스크 분자에 후각 무감각증(anosmia)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향사들은 여러 종류의 머스크를 혼합해 더 많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도록 블렌딩한다.
| 성분명 | CAS 번호 | 향의 특성 | 역할 |
|---|---|---|---|
| 머스콘 (Muscone) ★ 시그니처 성분 | 541-91-3 | 부드럽고 달콤하며 파우더리한 동물적 향. 15원 고리 케톤 | 천연 사향의 핵심 향기 분자, 최고급 머스크 노트 |
| 에틸렌 브라씰레이트 (Ethylene Brassylate, Musk T) | 105-95-3 | 크리미하고 달콤한 파우더리, 라즈베리 뉘앙스, 화이트 머스크 대표 |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 픽사티브 |
| 갤럭솔리드® (Galaxolide®, HHCB) | 1222-05-5 | 깨끗하고 따뜻한 파우더리, 추상적인 머스크 | 폴리사이클릭 머스크, 세탁 제품과 향수에 광범위 사용 |
| 시클로펜타데카놀리드 (Exaltolide®) | 106-02-5 | 부드럽고 머스키하며 크리미한 락톤향 | 매크로사이클릭 머스크 라톤, 플로럴 머스크에 사용 |
| 머스세논® (Muscenone®) | 82356-51-2 / 63314-79-4 | 강렬한 동물성, 파우더리, 우디, 무스크 케톤과 유사 | 극소량에서 강력한 방사성, 니치 향수에서 선호 |
| 앰브레톨리드 (Ambrettolide) | 7779-50-2 | 부드러운 머스키, 플로럴, 약간의 과일향 | 식물성 천연 머스크, 비건 향수에 사용 |
시그니처 성분 — 머스콘 (Muscone, 3-메틸사이클로펜타데카논)은 천연 사향에서 처음 발견된 핵심 향기 분자다. 1905년에 처음 발견됐고 루지카가 1925년 분자 구조를 규명했다.
15탄소 고리 구조의 거대 환상 케톤으로, 비대칭 탄소를 가져 두 가지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가 존재한다.
현재는 100% 합성으로만 생산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머스콘이 피부의 체온과 상호작용하며 향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머스크 향수가 뿌린 직후보다 30분 후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IFRA 규제와 안전성
머스크 향료는 그 종류에 따라 안전성과 규제 상태가 크게 다르다. 향수를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현행 규제 정보를 정리한다.
| 성분 | IFRA 51차 개정 기준 (향수 기준) | 비고 |
|---|---|---|
| 머스콘 (Muscone) | 제한 없음 (별도 규제 없음) | 매크로사이클릭, 가장 안전한 프로파일 |
| 에틸렌 브라씰레이트 | 모든 카테고리 100%까지 허용 | GRAS 인정, 알레르겐 목록 미포함 |
| 갤럭솔리드 (HHCB) | 카테고리별 제한 있음 | 환경 축적성 우려로 지속 모니터링 중 |
| 머스세논 (Muscenone) | 카테고리 4 기준 4.29% | 광독성 없음, 피부 감작 없음 |
| 무스크 자일렌 (Musk Xylene) | 금지 (IFRA 44차 개정) | 나이트로 머스크, 광독성·신경독성 우려 |
| 무스크 앰브렛 (Musk Ambrette) | 금지 | EU 화장품 규정 금지 성분 |
현재 향수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합성 머스크들 — 에틸렌 브라씰레이트, 머스콘, 엑살톨리드 등의 매크로사이클릭 계열 — 은 안전성 프로파일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에틸렌 브라씰레이트는 모든 카테고리에서 100%까지 사용이 허용될 정도로 광독성, 피부 감작, 발달 독성 어느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RIFM의 종합 평가를 받았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머스크 향료 자체의 알레르기보다, 일부 완제품 향수에서 사용되는 합성 향료 믹스처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다.
피부가 민감한 경우 새 머스크 향수를 처음 사용할 때는 손목 안쪽 소량 테스트를 먼저 하고, 24시간 후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산부의 경우 갤럭솔리드 등 폴리사이클릭 머스크 성분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